'이런 弔詩'
본문 바로가기
obituary

'이런 弔詩'

by stingo 2020. 6. 28.

24일 함안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선배님 형수가 잠들고 계신 백사 묘소에도 비가오고 있었다. 풀이 많이 자라고 주변이 많이 헝클스러웠다. 때맞춰 하는 풀베기를 한번 걸르니 풀이 그렇게 무성할 수 없구나. 형수님 묘지를 바라다보며 춘돈 선배가 한숨을 쉰다. 형수님의 평분도 풀에 가리워져 있는 것을 그 부분만 치우고 묘지석도 딱았다. 묘석에 새겨진 글도 잘 보이질 않는다. 

같이 간 감 여사는 형수님의 친구다. 고등학교, 대학을 같이 다녔다. 감 여사와 함께 막걸리 한잔 씩을 따르고 형수님을 추모했다. 나로서는 1년 만이다. 음복 술을 마시고 비 속 풀밭에 앉아 묘소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짠해진다. 그동안 얼마나 혼자 쓸쓸했을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형수님 평분의 묘지석에는 한편의 시가 적혀있다. ‘이런 弔詩’라는 글이다. 춘돈 선배의 중형 되는 주문돈 시인이 쓰신 글이다.

 

 

 

“이런 弔詩

 

사랑하는 아들이

사랑하는 아들의 여자와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고파

감은 눈을 한사코 뜨고 싶은

그 여자에게

한 일 년은 선물로 주고 싶다

 

눈을 뜰 수 없는 여자의

남편인 내 사촌동생은

같이 산 세월 쪽에 등을 기대고

봄비 속에 다시 피는 나뭇잎들

앞에서

분별없이 흔들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세월은 부질없이 흘러가지만, 그 흐르는 시간 속, 연을 맺은 망인에 대한 그리움은 더 큰 더께로 가슴을 채우고 쌓여간다. 잊으려 해도 잊으려 해도 잊혀 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백사에서 마산으로 나와 불종거리 주점에까지 형수의 그림자가 머리 속에 아른거렸다. 그게 다음 날 아침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함께 온 느낌이다. 형수의 친구 되는 감철희 여사는 친구 영전에서 이 시를 읽어 내려가며 울었다. 가야읍 한 식당에서 점심을 겸해 마신 막걸리의 취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기에 형수를 생전에 만나기라도 한 듯 따뜻하고 다정스럽게 묘를 다독거리며 한참을 머물렀다. 형수와 나와 감철희는 70학번 동기로 친구 사이다. 형수 아버지는 내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다 춘돈 형을 만나 결혼하면서 나에게는 형수가 됐다. 결혼 후 형수라는 호칭에 퍽 당황해하던 표정이 생각난다. 춘돈 선배와 알콩달콩 살면서 연우와 진우 두 아들을 뒀다. 춘돈 형과 나는 가끔씩 함안 백사로 간다. 나는 그 때마다 거기서 이 시와 함께 형수를 만난다. 이번 백사 행은 이상하게도 그 여운이 짙다. 그 연유를 모르겠다.(2019. 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