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할 것이다. 아내도 그러할 것이다. 분위기도 그러할 것이다. 집을 출발하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질 않겠다. 그러니 당신이 좀 하거라.
그런데 막상 자리를 잡고 마주하니 썩 그런 것은 아니다. 아들녀석이 거들어줘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었지만, 용모와 자세를 보아하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랬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내도 그런 모양이다.
아내가 먼저 말문을 연다. 먼저 전제를 단다. 서로들 처음 보고 처음 하는 일들이다.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익숙해져야 할 터이니 어색해하지 말자. 아내가 그러면서 나를 본다. 한 마디 하라는 투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히 당황스럽고 어색하다. 편하게들 얘기하자. 나는 그렇게 말했는데, 어색하게 보인 모양이다. 웃음들이 나온다.
그렇게 시작된 자리였다. 아내와 약속한 게 있다. 학교 어디 나왔느냐. 전공이 무어냐. 이런 것은 묻지 말자는 것이다. 고향은 물었다. 들은 바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나온 물음이다. 남도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말이 좀 많아졌다. 그 쪽 인근의 풍광과 문화유적에 대한 것이었는데, 만나는 자리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언급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차라리 그런 얘기들이 딱딱하고 사무적인 얘기들 보다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분위기가 좀 편안해지면서 여러 얘기들이 나온다. 나와 아내의 혼인 당시 얘기를 아내가 한다. 그 얘기 중에 아내가 시어머니, 그러니까 내 어머니와의 첫 만남 당시의 상황을 얘기한 것은, 아내가 상대방을 배려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아들녀석은 별 말이 없었다. 나와 아내의 반응을 살피는 기색은 역력해 보였으나, 그렇다고 표나게 그런 건 아니었다. 밥을 먹기는 먹었는데,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후식을 먹으며 아내가 말했다. 수고가 많았어요. 얼마나 어색했겠어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잘 아니, 둘이서 편안한 시간을 가지세요. 그러고는 날 본다. 일어나자는 것.
아들녀석의 반려자, 그러니까 장차 아내와 나의 며느리 감과의 이른바 상견례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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