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호수공원입니다. 매년 그렇습니다만, 유독 장마철이면 거의 매일 호수공원엘 옵니다. 그 이유는 비를 맞고 걸으며 보고 느끼는 호수공원의 풍광 때문일 겁니다. 장마철이라 호수와 수변의 물이 불어나면 어쩐지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한편으로 잔뜩 흐린 하늘과 비 내리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면 멜랑꼬리해집니다. 풍성하면서도 멜랑꼴리해지는 정서의 교차감이 뭐랄까, 묘한 균형감을 안깁니다.
비를 맞고 혼자서 걷는 호수공원은 참 호젓하기도 합니다. 수십가지 상념의 갈래도 길을 걷는 동안은 그악스럽게 달겨들지 않고 잠잠합니다. 저는 이게 참 좋습니다. 이십 수년 째 걷는 길은 매우 익숙합니다. 그게 호젓함에 더해 편안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지요.
호수공원 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합니다만, 걔중에는 안면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오래 보았던 분들 중 사라진 분들도 계십니다. 장마철이나 비오는 날 호수공원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걸 취미로 삼는 속성이 있는 것 같아 안면있는 분과 마주치면 말은 나누지 않지만 목례 정도는 주고 받기도 합니다.
몇년 째 호수공원의 연꽃이 부실했습니다. 올해도 예전의 풍성한 연꽃 볼 생각은 이미 접고있습니다만, 오늘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좀 큰 연꽃 몇몇 송이를 본 것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꽃은 천연호수와 약초섬 인근에 주로 많이 피었더랬습니다. 데크길이 있는 천연호수의 연꽃은 역시 생각한대로 부실했습니다. 근데 데크길 건너편 쪽에 크게 핀 연꽃 몇 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쪽으로 가 그 연꽃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들어가고 있는 끝물이었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런 큰 연꽃을 본 게 아주 오랜 만이라 그 수역 연꽃에 대한 기대감 하나는 가졌습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마두동 전철 역 쪽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데, 저멀리 킨텍스 쪽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의 비를 머금은 잔뜩 흐린 하늘이 눈에 좀 의미깊게 들어왔습니다. 흐린 하늘과 아파트군, 그리고 호수가 그로테스크하게 어우러진 풍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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