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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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人生'이라는 것

by stingo 2020. 8. 18.

근 10년 전 잠시 인연을 맺었던 분으로터의 전화.

요 며칠 사이 계속 전화가 오길래 별 좋지않은 사안으로 만났던 분이라 전화를 받질 않았는데, 어제도 계속 오길래 받았다. 인사를 나누는데, 말이 어눌하다. 이런 말을 한다.

 

"저, 3년 만에 깨어났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지 3년 만에요. 보고싶었어요."

 

인천의 유명 변호사 사무실의 잘 나가던 유능한 사무장이었다. 당시 어떤 사건을 의뢰하면서 알게 됐는데, 가끔씩 뜸하게 인사성의 전화를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 분이 뇌출혈로 3년 간의 식물상태에서 깨어나 전화를 한 것이다. 할 말이 언뜻 떠오르지 않아 좀 망설이고 있는 중에 그 분 말은 이어진다.

 

3년 만에 깨어난 후 어쩌다 옛 수첩을 보는데, 거기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이름이 갑자기 눈에 확 들어왔다. 그러고는 유달리 내 생각이 많이 났다는 것. 내 아내의 안부를 어눌하게 묻기도 했다.

그 분은 3년 동안 할 수 없었던 말이 이제 술술 풀려나오듯 많은 말을 한다. 자기 아들 결혼한 것과 가족들 고생시킨 것 등등...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는 별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아이고, 아이고 어쩌다 하는, 그 분 말 중간의 추임새 정도의 언급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 정신은 온전히 돌아왔고, 걸음걸이가 좀 불편하다는 것 등등.

 

나는 안타깝고 답답했고, 그 분 말을 더 듣기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몸조리 잘 하시고,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보자는.

그 분은 나의 이 말을 마무리 쯤으로 들은 모양이다. 이런 말을 덧붙인다. 그때 고마웠고, 그래서 생각이 많이 났고, 뵙고 싶었고, 그래서 건강하게 잘 계시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는 것.

건장한 체격에 항상 당당했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 어쩌다 저런 고초를 겪고 저런 처지가 됐는지,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매일 새벽이나 아침 기도에 주변의 앓고있는 분들에 대한 기도를 반드시 보탠다. 그 분에 대한 기도도 할 것이다.

 

 

'암초의 바다(Rocky Coast)' by Berndt Lindholm (1841-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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