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자신에 우쭐해지기는 드문 일이다. 뭐 거창한 게 아니고, 분실했던 스마트폰을 머리를 굴려 찾았다는 얘기다.
엊저녁에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후배들과 일산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오면서다.
아찔했다. 그 무렵 일터에서 집으로 온 아내의 스마트폰으로 몇몇 조치를 취했으나 찾을 길이 막막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를 않는 것이다. 발신 금지 신청도 했다.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올리가 없다. 휴대폰 분실에 따라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니 끔찍해서다. 잠시 깜빡 잠이 들었다 깨니 새벽 4시 경이다.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미디어 용으로 쓰는 공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궁리에 빠졌는데, 문득 위치추적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에 몇몇 사이트가 나온다. 한 사이트가 눈에 들어오기에 들어갔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니 어라, 휴대폰 위치가 있는 지도가 나온다.
바로 살고있는 아파트 앞이다. 지도 크기가 적어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분명히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허탕치는 셈치고 아내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에서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 때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바로 내 전화 벨소리다. 그 소리를 찾아가니 아파트 앞 현관 화단이다. 귀를 바짝 기울이고 소리를 찾아가는데 아파트 지하의 무슨 소음 탓에 잘 찾아지지가 않는다. 귀를 더 바짝 기울이고 화단 숲을 뒤적이는데, 풀밭 속에서 뭔가 반짝인다. 내 스마트폰이었다.
내 전화는 바로 아파트 현관 화단 난관 아래 떨어져있었던 것이다. 속이 쿵쾅거렸다. 극적이란 표현은 이럴 때 적용되는 것이다. 집으로 와 아내에게 찾았다고 했더니, 아내는 믿질 않는 표정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으쓱해지고 우쭐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찾은 스마트폰과의 인연이 끈질기다. 사용한지 4년 째 접어든 노트5인데, 그동안 대여섯번 잃어었다. 그런데 잃어버렸으면서도 또 신기하게도 잘 찾아졌다. 그런 인연일 것이다. 스마트폰 바꿀 때도 됐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들지않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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