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호수공원.
팔각정 전망 좋은 지점의 벤치에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앉아 가을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호수 풍광을 즐기고 있다. 멀리, 분수 물길이 높아져가는 하늘을 가늠해 보는 듯 치솟아 오르고 있다. 안온하고 평화스런 광경이다.
그 분위기를 갑자기 깨는 휴대폰 경보 메시지 시그널. 어디 어디서 확진자 몇명 발생 운운. 연일 매 시각 보내오고 있는 것인데, 그 시점의 시그널이 유독 더 크게 더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것 같다.
공원 길로 다시 들어섰는데, 경보 수준의 그런 분위기가 이어진다. 자전차를 탄 단속원들이 공원도로를 오가며 소리를 친다. "마스크! 마스크! 어이 아저씨 마스크 좀 잘 써요!"
그래서 만은 아닐 것이다. 공원 길을 걷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전부 마스크다. 자기 몸들 생각해서이겠지만, 한편으로 유니폼을 입은 듯 모두들 시키는대로 잘 따라주고 잘 적응해가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것 같고.
걷다가 답답해서 마스크를 코에서 좀 내렸더니, 맞은 편의 불콰한 시선이 언뜻 감지돼 어이쿠 하며 얼른 마스크를 올렸다.
잘 길들여진 순한 양들의 무리 속에 나도 한 마리 양일 뿐이지, 뭐 별 것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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