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럴만한 나이이기도 하다. 아내 병원 갈 때 따라가는 거, 그리고 또 그게 잦아지는 것.
오늘 새벽 아내 이석증이 또 도졌다. 딴에 아는 상식으로 이것 저것 조치를 취해 보았으나, 아내는 자꾸 고꾸라진다.
마두동 잘 한다는 병원이 토요일 아침 9시 진료로 나와있다. 전화는 받질 않는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더니, 휴무다. 연휴라 그런가.
같은 증세를 가진, 인근에 사시는 아내 친구가 동병상련의 심정이랄까, 병원까지 나왔다.
대화 역 근처에 잘 하는 병원이 있다면서 전화를 해 보더니 거기로 가보자고 한다.
내가 따라가기가 어정쩡하다. 마누라는 친구와 가겠다고 했다. 나더러는 호수공원을 걷고 있으라 했다.
아침 호수공원엔 가을이 완연하다. 하늘은 높고 물은 깊은 빛이다.
가을 풍광에 잠긴 것은 잠시 뿐, 수변 길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새벽부터의 난리(?)가 나로서는 자업자득의 것이 아니겠냐는 것. 한 며칠 간 호들갑이 좀 심했다.
6개월 여간 마음을 졸였던 아내 건강의 적신호가 청신호로 바뀐 것으로 나름 여긴 탓이다.
그래서 지난 며칠 간이 나에게는 모처럼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런 가운데 호들갑을 좀 떨었던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호사다마라면 나는 받아들일 것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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