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아직 미명이다. 날이 어슴프레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 때 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부자리에서 발딱 일어서 옷을 껴 입었다. 어둠 속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묵주 9일기도'의 마지막 날이다. 날 수로 58일 째 되는 날이다. 그 의미가 나에게는 뜻이 깊다. 새벽이나 아침마다 내가 걷는 '마리안 로드'는 그 길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리아수도회' 성당을 향한 것이다. 오늘은 성당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성당 가장 가까운에서 그 길을 반복해 오가며 기도를 바쳤다.
이번 9일 묵주기도는 내 생애 두번 째다. 첫번 째 보다 더 힘이 들었다. 기도 날이 하루 하루 더 해 갈 수록 내 죄가 그만큼의 무게로 자꾸 부각되는 것이었다. 첫번 9일 기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 셌다. 그게 무척 힘 들었다. 그래도 기도를 무사히 마치게 해 준 건 오롯이 성모마리아의 전구와 예수의 은총 때문이다. 감사의 기도를 깊은 마음으로 바쳤다.
'영광의 신비' 5단으로 9일 묵주기도를 마무리하고, 또 매일 하는 개인지향의 묵주기도 7단을 바쳤다. 기도를 끝낼 무렵 비가 내렸다. 비 속에 젖고있는 성당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비 속을 걸었다. 성당이 나에게는 베일을 쓴 성모마리아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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