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는 어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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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tory

사진을 보는 어떤 '포인트'

by stingo 2020. 9. 24.

오늘 아침 한 페친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한 글 적어본다. 우선 아래 사진은 역사성이 있다. 5. 16 군사혁명 나흘 후 박정희 소장이 장도영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로 윤보선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오는 장면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이런 점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회자됐다. 권력의 추가 장도영 총장 보다는 박정희 소장 쪽으로 무게의 중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의미하는 건 권총이었다.

사진의 박 소장 오른 쪽에 뭔가를 들고 박 소장을 맞는 군인은 박 소장의 이른바 혁명동지인 손영길 대위로, 윤 대통령 면담시 벗어 놓았던 박 소장의 권총 벨트를 박 소장 허리에 다시 채우려 하는 모습이다.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라는 경구 그대로 권총을 들었다 풀었다 하는 박 소장이 권력을 쥐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진을 접하면서 혁명이니 권력 보다 더 관심이 가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기자들이 들고있는 카메라다. 박 소장의 윤 대통령 면담에 많은 외신기자들이 몰려든 것은 사진에서 보는 바다. 한국에 5. 16이 발발하면서 많은 외신기자들이 한국에 왔는데, 이들이 한국에 몰리면서 당시 성능이 좋던 카메라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는 계기가 됐다.

 

우선 이 사진에서 가운데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한 외신기자의 카메라가 우선 눈에 띈다. 사진이 또렷하지 않지만 한 눈에 보기에 라이카 M3이다. 카메라 왼쪽 하단의 셀프타이머로 보아 라이카 M3이 거의 틀림없을 것 같다. M3가 라이카에 의해 처음 출시된 게 1956년인데, 당시 이 카메라는 고가의 고급 기종이기도 했지만, 성능이 뛰어나 사진 취재기자들에겐 거의 꿈의 장비였다.

그 좋은 M3를 스트랩으로 아무렇게나 어깨에 둘러 맨, 담배를 꼬나문 외신기자의 표정 또한 득의양양하지 않은가. 아쉬운 것은 M3에 부착된 렌즈가 무엇이었을까인데, 추측키로 M3와 세팅이 잘 되는 즈미크론(Summicron) 50mm 표준렌즈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뒤 쪽 두 팔을 들어 사진을 찍고있는 외신기자의 카메라는 애매하게 보여 잘 모르겠다. 짜이스 이콘의 콘탁스 같기도 하고 니콘의 S2 같기도 한데, 너비로 보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클래식 카메라를 오랫동안 만지다 보니 나는 이렇게 됐다. 옛 사진 등을 보면, 그 사진의 주제보다도 관심이 더 가는 건 어떤 카메라, 어떤 렌즈로 찍은 것인가를 알아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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