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 종로 피맛골 '옴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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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story

2010년 겨울, 종로 피맛골 '옴팡집'

by stingo 2020. 10. 12.

10년 전 찍은 한 장의 이 흑백사진이 어디서 나왔다. 종로3가 ‘피맛골’ 골목에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옴팡집'인데, 아마도 2010년 추운 2월의 어느 날 찍은 사진이 아닌가 싶다. 그 주막의 옥호는 있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그 집을 피맛골 골목 속살 속에 파묻혀 있다해서 ‘옴팡집’으로 불렀다.

 

그 무렵 프레스센터 언론중재위에 나가고 있었는데, 같은 방에 있던 주길치 선배와 퇴근 길에 어디서 한 잔 걸치고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 들었던 것 같다. 앞에 앉은 분은 모 케이블TV 김 회장으로, 주 선배의 지인이고, 그 옆 도리우찌 모자를 쓴 분이 주 선배다. 왼쪽 사람은 대구사람인데,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그날 옆 자리에서 젓가락 장단으로 청승맞게 노래를 부르길래 같이 인사를 한 기억이 있다.

 

이 사진은 나로서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왜?

이날 우리들의 이 술자리를 마지막으로 '옴팡집' 그 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피맛골 골목에 제일 마지막까지 남았던 주막이다. 20여년의 세월 속에 숱한 '글쟁이''풍각쟁이'들이 들락거린 곳이다. 할매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누나라고 부르기도 그런, 그래서 그냥 주모, 주모 하며 불렀던 인심 좋던 부산 아주머니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사진을 보니 그 때까지도 나는 '쟁이'기질이 있었다. 그 고주망태 상황에서도 피맛골 마지막 주점의 그 역사적인(?) 한 순간을 잡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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