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대한 뜨거운 부성애를 그린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의 한 장면에 톰 행크스를 추적하는 킬러 주 드로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주드 로는 킬러로서 괴상한 취미가 있다.
일종의 변태적 행위로, 죽이고 난 상대방의 시신을 반드시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는 것이다.
그 주드 로가 톰 행크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골 레스토랑에서 카메라를 닦고 만지작 거리며 새 필름을 감아넣고 있는 장면인데, 한참 클래식 카메라에 빠져있을 2003년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 장면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그 때 주드 로가 만지던 카메라가 어떤 기종인지를 알아 수중에 넣고 싶어했던 것인데, 잠깐 지나가는 그 장면 하나로 카메라 기종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단 하나, 35mm 접이식 폴딩 카메라(folder)라는 것. 해서 그 생김새를 기억하며 구한 게 독일의 벨타(Welta)사에서 만든 벨티니(Weltini)인데, 이 카메라가 주드 로의 그 카메라인지는 물론 확실치 않다. 다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 대이고, 이 카메라 또한 그 시기를 전후 해 출시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나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벨티니가 이베이(eBay)에서 눈의 띄면 띄는대로 확보했다. 그렇게 해서 그 동안 몇 대 처분하고 아직 갖고있는 게 몇 개 된다.
어젯 밤, 잠자리에 들었다가 언뜻 꿈을 꾼 게 벨티니 카메라다. 그 영화 속 장면같이 주드 로가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꿈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무슨 꿈이 이런가 하고 생각하다 그 카메라가 문득 생각나서 벨티니 카메라를 꺼냈다. 어떤 연유로 그 장면이 꿈에 나타났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으니, 분명 개꿈일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이 오랫동안 진열장 속에 있던 벨티니를 꺼내 만져보는 계기가 됐다. 잠은 이미 달아나 버렸다. 불면의 새벽에 벨티니를 만져보는 기분이 달콤한 잠 이상으로 좋다. 이 또한 괴벽이래도 할 말이 없다.
'colle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 Long, Marianne' - Leonard Cohen & Marianne Ihlen (1) | 2020.06.01 |
---|---|
샬리아핀, 샬리아핀 (2) | 2020.05.30 |
W.A. Mozart "Abendempfindung an Laura" K.523 - Arleen Auger (0) | 2020.05.25 |
故 심건식 형의 에베레스트 사진 (0) | 2020.05.22 |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침실(Bedroom)' (0) | 2020.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