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연휴 이 시각, 집에서 술 한잔 하고 앉았다. 와인.
마누라가 나더러 ‘기특’하다고 사준 와인이다. ‘기특’이 좀 유의미하다.
밖에 나가질 않고 술 안 마시니 그렇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롯데에서 샀으니까, 당연히 말벡(Malbec)이다. 트리벤토 까베르네 말벡(Trivento Carbernet Malbec).
말벡을 왜 ‘롯데 와인’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게 알고있다.
와인 맛도 그게 그거다. 각자들 입에 맞는 기준이 다르니까 각자들의 맛이라는 게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나로서는 그런 게 딱히 없다. 그저 입에 감기고 잘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한 때는 와인 감별사 노릇도 했고 좋다는 것도 마셔봤다.
말벡이 아르헨티나 와인이니 생각난다.
1996년 그 나라에 갔을 때, 그 당시 거기서 최고로 좋다는 와인도 마셔봤다.
'SM'이었는데, Saul Menem(사울 메넴), 즉 그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니셜을 딴 와인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그 때 당시 마셔 본 와인 중에서는 맛이 최고로 좋았다.
그 때 그 시절 마시던 그런 와인과 지금 집구석에서 홀로 마시는 와인의 맛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와인의 맛이라는 게 그게 그거라는 얘기다.
두 잔 마셨더니 좀 알딸해진다. 요 때를 조심해야 한다. 발동의 시점이기 때문이다.
치즈와 밥 반찬 나부랭이로 마셨는데, 정작 맛 있는 와인 안주는 냉동실에 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참기로 했다. 한 밤에 마셔보자는 것이다.
지금 한잔 하고있다는 얘기를 SNS에 올렸더니, 한 후배가 술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금새 보내왔다.
열 이틀 만에 마시는 술이니 관대하게 봐달라고 했다.
와인 두 잔에 알딸딸해지니 문득 조르바와 그의 여인 오르탕스가 생각난다.
와인을 마시며, 혹은 둘이 취해서 나누는 선문답같은 수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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