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내 작은 초가가 너무 추워서 입김이 서려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나의 게으른 성격으로도 밤중에 일어나서 순간적으로
'漢書' 한 질을 이불 위에 죽 덮어서 조금 추위를 막았다. 이러지 아니하였다면
거의 뒷산의 귀신이 될 뻔했다..."
조선조 실학자 이덕무도 한 겨울 추위에 고생께나 한 모양이다.
그가 남긴 글귀에 그런 흔적이 드문드문 보인다.
입김이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소리가 날 정도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책을 이불 위에 덮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살림이 빈궁하여 난방할 처지가
못돼 책으로 추위를 막았다는 것인데, 이덕무는 당시 조선선비들 가운데
그래도 경제적으로 중상이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앞에서 언급한 그의 게으른 성격'을 감안하자면, 아무리 추워도 나가서 군불을
더 때기가 귀찮아 그저 곁에 쌓여있는 책들을 덮어 추위를 줄였을 것이 아닌가 싶다.
춥다. 춥다.
다들 춥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얼어 죽을뻔 했다.
장갑을 했는데도, 그리고 호주머니에 넣었는데도 손이 그렇게 시렵다.
발은 걸음걸이로 움직이니까,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발도 시리다.
그러니 걸음걸이도 굼뜨고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그에다 콧물, 눈물로 마스크 낀 얼굴은 범벅이 되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한 겨울이 좀 더 추웠으면 하고 호기를 부린 적이 있는데,
지금 살을 에고 코끝을 얼어붙게 하는 이 추위가 그래? 하고 달겨드는 형국이다.
날이 이렇게 추우니 젊었을 때가 자꾸 생각난다.
한 겨울, 경기북부의 당시 날씨는 서울보다 훨씬 추웠다.
거의 반세기 전의 군대시절, 한 겨울 야밤에 '빤쓰 집합'이라는 게 있었다.
팬티만 입고 연병장으로 나가 기압을 받는 것이다.
집합해 서 있으면 정신이 아찔하다. 그러나 좀 있으면 익숙해진다.
그 걸 그냥두면 기압이 아닐 것이다. 맨몸 상태로 맨땅, 아니면 눈밭을 기게한다.
제일 참기 어려운 게 있다. 몸에 물을 찔끔찔끔 끼얹는 기압이다.
표현키 어려울 정도의 전율을 느낀다.
흡사 전기에 감전됐을 때의 기분이랄까. 그래도 참고 버티고, 거짓말 좀 보태 즐겼다.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들 갈 수록 추위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간다.
나도 그렇고 주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다.
여러 탓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올 겨울은 더 그렇다. 코로나 때문일 것이다.
덩달아 호들갑도 가세를 한다.
실제가 그렇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나이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myself'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다가... (0) | 2021.02.12 |
---|---|
책(冊) (0) | 2021.02.04 |
送 年 考 (0) | 2020.12.31 |
코로나 ‘各者圖生’ (0) | 2020.12.20 |
‘少 陽 人’ (0) | 2020.1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