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 年 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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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送 年 考

by stingo 2020. 12. 31.

한 해를 마감하는 날의 새벽 산책 길. 춥다. 무척 춥다.

여명의 하늘에 뜬 달빛이 으스러지고 있다. 차가운 달빛이다.

送年의 추운 새벽 길에 느껴보는 감회 또한 차갑게 다가온다. 냉정하다.

칠순을 정도껏 넘겼으니 덤덤해야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부화뇌동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어지는 어떤 일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편협해졌다.

운명적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될까.

판단이 뒤따르지 못할 정도의 일들에 부대낀 한 해였다.

사리와 사물을 가리는 일은 허망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또 다른 결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든 사람은 단련되기 마련이다.

소심해졌다. 소심함이 나의 이른바 단련의 소산인 것인가.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살아도 문득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의 부덕과 편협함을 우선 탓해야 한다.

그러고도 사람을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사람이 그립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앞으로는 옛 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 보이지 않으니.

몇년 째 중얼거려보는 아래 다짐들은 올해도 유효하다.

1. 풀고 갈 일이다. 맺힌 게 있으면 풀고 갈 일이다. 쓸데없는 아집과 이기로 마음을 상한 주변들이 있을 것이로되, 잘못은 모다 나의 불찰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먼저 풀고 받아들이자.

2. 놓고 갈 일이다. 덕지덕지한 것 좀 정리할 일이다. 마음부터 우선 좀 비우자. 내 것이라고 집착해왔던 것에서 좀 멀어지자. 나이 먹어가는 만큼 마음과 주변을 좀 비우자.

3.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올 한 해도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많이 떴다. 그 사람들을 추모하고 추억할 일이다. 죽음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한 것이 아니다. 먼저 간 선배, 친구, 후배들을 추억하면서 죽음에 좀 더 익숙해지자.

4. 술 좀 줄일 일이다. 연부역강의 나이가 아니다. 하루 좀 많이 마시면 다음 날은 대개 드러 눕는다. 마시는 양도 그렇지만 분위기에 너무 천착하지 말자. 마시되 단순 명료하게 마시자. 그리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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