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중학교에 입학해 양재준 영어선생으로부터 배운 첫 영어문장이 go to the desk, bow to the teacher 였다. 그 문장을 우리들은 곧잘 바꿔 갖고 놀았다. 그러니까 bow to the teacher가 아니고, 의자한테 절 하는 bow to the desk 이런 식이다. 발음이 까다롭고 정확한 양 선생으로부터 umbrella 단어 발음 하나로 호되게 혼이난 우리들 식의 '앙갚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반세기를 훨씬 넘긴 이즈음에도 가끔씩 이 문장을 혼자 떠올리고는 추억에 젖어보는데, 이 간단한 문장에 적용되는, 시공을 초월한 시의성에 문득 놀란다. 이를테면 말도 많고 의혹 투성이인 청와대 신현수 사태도 그 중의 하나로, 청와대 문재인을 향하는 공무원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 그렇지 않겠냐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신현수 사태는 신현수 그 자신에 대한 패싱이 자가발전 수준으로 이어진 논란이기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문재인을 패싱시킨 의미도 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후재가'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즈음 공무원들의 눈에 문재인은 없다는 것, 대신 대통령이라는 자리(desk)만 보인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흐름에 이 문장이 드러맞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go to the teacher, bow to the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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