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에 있는 마리아 상 위치를 곧잘 바꾸곤 합니다.
정면으로 보여질 때가 두렵고 버거워질 때는 살짝 옆으로 돌려 놓습니다.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합니다.
허리가 안 좋아 서재에 건강보조기구를 들여 놓았는데, 누워서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주로 그렇게 합니다. 책상에서 끄적인 글이 내 스스로 부끄러울 때도 그리 합니다.
또 이런 저런 죄스럽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도 그리합니다.
정면에서 마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다 잠을 설친 새벽 일찍 마주할 땐 한번 씩 그렇게 합니다.
찬물 한잔 벌컥인 후면 좀 말짱해집니다. 그럴 때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똑바로 들지는 못합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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