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 때 몸 담았던 옛 직장을 찾았다.
마음에 담은 일말의 욕심을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
책에 대한 욕심이다.
국회도서관이 코로나로 문을 닫고 있으니, 책에 대한 굶주림이 크다.
그 옛 직장엔 책이 많았다. 신간이 출판사에서 매주 제공됐다. 수년 전이지만 크게 변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그 직장의 예전 후배가 편집국장이 됐다는 소식이 나의 그런 욕심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내 욕심을 충족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또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합정동 전철 역에 내려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지리를 잘 모른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고 찾아 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직장의 오너가 문득 생각난 것이다. 나와는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만일 그 오너가 사무실에 있는다면 나의 불쑥스러운 방문을 반길리가 없다.
그러니 사전에 전화를 하자.
그 오너에게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통해 인사를 드리는데, 반응이 탐탁찮다. 여전히 나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것이다.
다음에 한번 찾아 뵙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 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뭔가 좀 아쉽다.
애써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임 편집국장이 된 후배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후배가 나오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나왔다.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주로 직장에 관한 얘기다.
기실 그 얘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는 내 '소귀'의 목적만 이루면 될 일 아닌가.
후배가 나를 근처 모 주점으로 이끌었다. 막걸리나 한잔 하자면서. 막걸리 잔이 오가면서 그 후배의 부하직원 한명도 불러냈다.
술 마시기 전에 커피 집에서 내 생각을 얘기했다.
책 좀 보게 해 다오. 그러면 그에 상응되게 신문 만드는 일을 돕겠다.
후배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막걸리를 꽤 마시면서 취기가 올랐고, 그러고는 나너 할 것 없이 결국 신변잡기 잡담만 무수하게 오갔다.
한잔 술에 취해 집으로 오는 길.
내가 바라고자 한 목적이 과연 옳은 것이었냐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후배 편집국장의 신통찮은 반응 탓이다.
결국 내 결정은 옳은 것이 아니었다. 섣부른 것이었다. 내 생각의 타당성을 주지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아쉬웠다.
"나에게 옳은 결정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결정을 하고 그것을 옳게 만드는 것이다"
(I don't believe in taking right decision. I take decisions, and then make them right)
- Ratan Tata(Indian Industr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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