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가서 미더덕이나 좀 사자.
석태 형과 함께 발길은 남성동 어시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된장찌게에 미더덕을 넣고 먹자는 것이다.
오동교 아래 제일식당은 된장찌게로 소문난 곳이고,
석태 형의 변함없는 단골집이다.
그집 된장찌게에 한창 제 철 마산 먹거리인 미더덕을 보탠다면...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돌았다.
박 성관 선배는 진즉 와서 밥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자리가 나질 않아서다.
미더덕을 받아든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이 풍성하다.
반은 찌게에 넣고, 반은 그냥 생으로 묵도록 해 주소.
먼저 미더덕 회가 나왔고, 그걸 안주로 막거리를 마셨다.
그 막걸리가 희한하다. 캔사이다를 섞은 것을 주전자에
따라 마시는 막걸린데, 그걸 '막사...' 뭐라 뭐라한다.
예전에 곧잘 그렇게 해서 마시던 '막사이사이' 아닌가.
그런데, 용어가 다르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술 이름으로
그 밥집에서 '그들'끼리 통하는 제조막걸리 용어다.
미더덕은 역시 마산 선창가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일전에 일산 문촌마을 사는 후배가 진동에서 미더덕 부쳐왔다며
보글보글 끓이는 사진으로 내 약(?)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맛과 천지 차이일 것이다.
미더덕을 넣은 된장찌게는 뭐라할까,
그 맛을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 있다.
입과 목이 환장을 하는 맛이다. 구수하고 얼큰하고 덜큰하고...
하여튼 표현할 수 없는 맛이다.
보슬보슬한 쌀밥에, 명이나물 쌈, 정구지,
그리고 미더덕 된장찌게.
이 조합으로 먹고 마시고 넘기는 그 지경,
그게 바로 고향의 맛을 보는 순간이다.
마산 1박2일의 마지막 날, 미더덕으로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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