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듣고만 살아오다 이제는 내가 그 소리를 낸다.
귀에 익숙한 그 소리를 들으며 부엌 일을 한다.
라이프사이클이 아내와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이 들어감의 차이일까.
아내는 아직 잠 속이다.
나는 새벽잠이 없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내는 밤 새 뒤척이다 새벽에 잠이 든다 했던가.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
좁은 부엌에서 이따금씩 자리다툼 할 데가 좋았다.
이제는 동그마니 둘 만 남았다.
문득 나이가 들어갈 수록 부엌이 - 아니 이럴 땐 정지라는 표현이 더 났겠다 -
나의 차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경동시장 갔다오니 할 일이 많다.
아내를 위해 산 뽕나무 잎은 다듬어서 끓이고,
내가 마실 유근피는 달이고.
함께 된장찌개로 먹을 한우 스지는 데치고 삶고 끓이고 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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