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信仰'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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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信仰'이라는 것

by stingo 2022. 1. 14.

처 이모부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아내가 전한다.

재작년인가, 그림을 잘 그리는 그 이모부가 화집을 보내왔길래

전화를 드린 이후 처음 접하는 안 좋은 소식이라 당황스러웠다.

아내로부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리고 아, 어떻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기도를 마음 속으로 읊조리고 있었다.

‘성모송’이다.

나 나름의 안타까움에 대한 표현인 셈인데,

내 주변의 안타깝고 불행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일종의 버릇이 됐다.

그렇게 ‘성모송’ 세 번을 읊조리고 난 후 아내와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에게 ‘성모송’ 기도는 일상화됐다. 거의 매일 입에 달고 산다.

그게 2년 째 접어들고 있다. 이런 얘기를 남들이 들으면, 내가 상당히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여길 것이다.

과연 나는 그런가. 그렇지 않다. 나는 이게 속과 겉이 다른 나의 신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의 기도에 진솔함이 있을까. 없다.

어떻게 보면 그저 일상에 있어 일종의 통과의례로써 하는 기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따라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로써 나는 거의 매일 갈등을 겪는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이런 나의 처지에서 신앙에 관한 한 나에게 적용되는 아주 이기적인 경우가 있다. 나 스스로 규정하는 경우다.

필요하고 절실할 때 찾고 매달리는 것, 그게 나의 신앙이라는 것이다.

그 필요함과 절실함이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겉으로만의 신앙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영세를 받은 이래 지금껏 그래 온 것이니, 사실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나는 매일 묵주기도 5단 씩을 바치고 있다. 개인지향의 기도를 포함해서다.

이제 거의 2년이 돼 간다. 그 사이 ‘묵주의 9일기도’도 세 번 바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적은 없다. 그만큼 어떤 절실함이 있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나의 신앙심과 관련해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될까, 이래도 될까 하는…

일상이 돼 버린 묵주기도와 달리,

그밖의 가시적인 신앙생활은 거의 하고있지 않는 것, 그 또한 큰 잘못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러기에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알면서 그런다는 건 신앙적인 측면에서 큰 잘못이다.

핑계가 좋다. 팬데믹 코로나가 그 핑계다.

교중미사에 나가본지도 까마득하다. 고백성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한 제한이 오래되고 있으나,

그래도 그 틈을 뚫고 교중미사와 고백성사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는 그걸 핑계로 성당 근처에도 가질 않고 있는 것이다.

동네 지역모임에서 매일 스마트폰으로 미사 등의 동영상을 보내오고 있다.

그 정성에 고마워 처음 얼마 동안은 그 동영상을 봤으나 이제는 거의 보질 않는다.

그 또한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 편치 못한 마음 또한 갈등으로 작용한다.

신앙생활과 관련해 과연 이런 갈등과 자괴감 속에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적지않다.

매일 바치는 묵주기도 속에서도 이런 고민이 섞여있다.

나는 어찌해야 할까.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sinner, now, and in the hour of our death. Amen…”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nstrae.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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