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31일,
24세의 한 영국 공군 청년조종사가 목숨을 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나치독일과의 덩게르크 전투에서다. 이 청년조종사는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 예감을 토대로 그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결국 이 청년조종사는 덩게르크 상공에서 장렬한 전사를 한다.
그가 전사한지 얼마 뒤에 그의 지휘관이 그의 소지품 가운데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봉하지 않은 그 편지 봉투에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달해 달라는 당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자식의 마지막 편지를 전달받은 어머니는 오열 속에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어머니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이 편지를 <더 타임스(The Times)>에 익명으로
게재하게 해 영국인들을 감동시킨다.
- 비비안 로즈원(Vivian A. W. Rosewarne)과 그의 무덤 -
“저의 최초의 사명은 이미 수행되었습니다(My early mission is already fulfilled)”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 속에서도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대한 자부심과 나라를 지키려는 애국충정을 앞세워 어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그 청년조종사의 이름은 비비안 로즈원(Vivian Rosewarne; 1916-1940).
이 편지 한 통은 영국인들의 가슴을 적시는 한편으로 나치독일에 대한 승전의 기세를 가다듬게 한다.
로즈원의 이 편지를 토대로 한 영화 ‘An airman’s letter to his mother’도
1941년 6월 전쟁의 와중에 만들어져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자유국가들에 감동을 안긴다.
다음은 편지 전문.
“사랑하는 어머님,
제게 무슨 예감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사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금 뒤에 우리가 결행해야 하는 출격에서 돌아오지 못하면 이 편지를 어머님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어머님은 한 달째며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 한 달이 끝날 무렵 어머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 많은 훌륭한 병사들이 이미 그렇게 하였듯이, 저도 제가 하던 일을 매우 유능한 영국공군 전우들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이 전쟁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어머님이 아신다면 좀 위로가 되실 것입니다. 우리 정찰용 비행기가 바다를 지키기 위해 북해 상속으로 출격을 하여왔기 때문에 우리의 수송선들이 무사히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고, 한번은 우리가 건네 준 정보가 파괴된 등대의 구조선에 탔던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매우 어려우시겠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감정에 거두시고 받아들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어머님에게 크게 실망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최선의 능력을 다하여 제가 할 일을 완수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들 나보다 더 잘할 순 없을 것입니다.
겹친 좌절 속에서도 어머님께서 발휘하신 놀라운 용기를 저는 존중해 왔습니다. 어머님은 이 나라의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교육을 제게 베푸셨기, 그 바탕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미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으시고 항상 태연하셨습니다. 저의 죽음은 어머님의 노력이 허무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머님의 희생은 저의 희생 못지않았습니다. 영국을 섬기는 사람들은 영국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조국을 단지 먹고 자는 장소로만 여긴다면 스스로를 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역사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친 영웅들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은 평화와 정의와 자유를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 주어 오늘의 대영제국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가 발전하고 지금도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를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땅을 두고만 말씀 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기독교와 그 문명은 일찌기 보지 못했던 최대의 조직적 도전해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이 행운아인 동시에 올바르게 살며 모든 일에 전력투구하도록 충분히 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또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일로 인하여 저는 어머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아직도 더 할 일이 있으십니다. 전쟁에 이긴 후에도 앞으로 여러 해 우리 사회는 굳게 뭉쳐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못마땅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전쟁이 훌륭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마치 옛날의 순교자들처럼 우리 각자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각자가 가진 모든 것을 과감하게 마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가도 바꿀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영국인으로 살다가 영국인으로 저의 생을 마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그 무엇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또, 세상의 그 무엇도 이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위하여 슬퍼하시면 안 됩니다. 어머님께서 가지신 종교를 믿고 모든 가르침을 또한 믿으신다면 슬퍼하시는 것은 위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음을 앞에 놓고 묘하게 기분이 들 뿐입니다. 세계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우주는 무한히 크고 그 역사가 초래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성품을 형성하고 인격을 조성하여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서였고 우리의 성품과 인격은 누구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습니다. 단지 먹고 자고 잘 살고 번식하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면, 한 평생 편하게 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악한 것들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려고 세상에 보내진다고 저는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조물주께서는 우리의 용기를 시험하기 위하여 일부러 악한 것들을 우리에게 보내시는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시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도덕적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안일무사주의를 포기한 사례가 많이 발견됩니다.
저는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나라 곳곳을 다 다녀 보았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도 알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체험하면서 저는 제 인격이 충분히 발달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주 젊은 나이에 제가 이 땅 위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끝냈으며, 다만 한 가지 유감을 안고 죽음에 임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쇠퇴하시는 어머님의 노년을 모시고 사는 더 큰 행복을 누리는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치지 못하다는 한 가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평화와 자유를 누리시면 사실 것이고 저도 그 일에 직접 기여한 바가 없지 않습니다. 단연코 저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 어머님을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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