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옛 무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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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옛 무덤들

by stingo 2022. 3. 10.

동네 대곡역 인근 대장동에 옛 무덤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산책 길에 그 곳을 지나치려면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자리한 무덤들이 안온감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안긴다.
문인과 문인석이 세워져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조의 무덤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몇번을 무덤이 있는 산등성이 쪽으로 오르려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산등성이 위쪽에 무슨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탓이다.





그 무덤들이 특히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지난 해 무덤들이 있는 산등성이 곁이
문화재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때 문화재 발굴작업을 하고있는 관계자에게 어떤 문화재들인가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 후 얼마 안돼 거기가 문화재 보호지역에서 해제된 것을 알았다.
얼마간의 발굴작업에서 뭔가 착오를 일으켰다거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평가되지 않아 그리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 산책 길에 무덤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다, 출입통제가 해제된 것을 알았다.
산등성이에 있던 군사시설이 철거된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그 안으로 들어가 무덤들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다.





무덤들은 아주 오래 된 것과 2000년대 초기에 조성된 것들로 혼재되어 있었다.
2000년대 초에 조성된 무덤들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무덤들은 제주 고 씨 문중의 무덤들이었다. 아마도 근처에 제주 고 씨 집성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에 이 묘지가 조성되었을 것이다.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몇몇 무덤들의 비문으로 보아, 그 무덤들의 주인공은 19세기 초의 사람들이었다.
이 무덤들은 후세의 자손들이 2000년 초에 일괄적으로 재정비해 조성해 놓은 것들이었다.




비석이 없고 정비가 되지 않은 수십 구의 무덤들은 오래된 것들이어서 봉분이 거의 쓰러져있는 상태였다.
이들 옛 무덤 앞에는 상석과 함께 문인석과 무인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문인.무인석의 형태나 상태로 보아
조선 중기 쯤의 무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덤들이 있는 묘소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지형에 남향으로 자리한 명당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변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 대곡 역에 건설 중인 GTX 공사 때문인데,
연일 꿍꽝대는 소음과 먼지에 잠드신 고인들이 과연 편안한 안식과 평화를 누릴 것인지…





들어간 김에 산등성이 정상 쪽으로 올라가 보니, 옛 군사시설 자리는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고,
고철이나 드럼통 등 군사시설의 잔해 같은 것들이 흡사 무덤처럼 쌓여있어,
그 아래 옛 무덤들과 대비되는 모습이 쓴 웃음을 짓게했다.






나로서는 무덤은 그게 어떤 분의 것이든, 편안함과 함께 살아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양자의 경계에서 나의 지금의 위치를 관조해 보기도 하고,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그리고 죽음이 먼곳이 아니라 항상 가까이에 있음을 생각하면서 나를 겸손하게 한다.
메멘토 모리(men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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