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96 老 母 “요번 추석엔 내 올라 가마. 생선 사지 마라. 내 마산서 사갖고 챙기 갈끼다.” 대구 동생 집에 계시는 九旬 노모로 부터의 전화.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니는 제사나 명절 때면 항상 이 말씀을 하신다. 습관처럼 됐다. 나는 잘 올라 오시라고 말씀 드린다. 물론 어머니는 말씀 뿐이다. 올라오시질 못 한다. 어머니 못 올라 오시고 제사를 함께 못 모신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예전 명절이나 제사 때 쓰는 생선은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마산 남성동 선창가 수십년 단골 어물전에서 바리바리 챙겨갖고 어머니는 올라오시곤 했다. 이제는 어머니가 못 오시니 마산 생선 본지도 오래다. 지금도 여기 어물전을 가기는 가지만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머니 생선 생각에. 못 올라오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때마다 생선을 물.. 2020. 9. 19. 일본 노인들의 세상을 보는 '하이쿠(俳句)' 일본에는 '하이쿠(俳句)'라는, 짧은 문장으로 된 문학 장르가 있습니다.5. 7. 5의 3구(句) 17자(字)로 된 시형(詩型)으로,특정한 시기나 계절 등 자연에 대한 소회를 담는 서정적 형태의 詩型 장르입니다.일본의 하이쿠는 연령이나 계층,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일본 사람들이 인생이나 삶을 얘기하고 묘사할 때 많이들 애용하고 있습니다.일본 노인들의 사회나 인생을 보는 하이쿠는 어떤 것들일까요.이와 관련해서는 매년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노인요양원협회'에서 작품을 공모해 우수작을 발표해오고 있습니다.올해의 경우 아래와 같은 작품들이 뽑혔습니다. 이들 우수작들 대부분은 노령의 나이에 겪고있는,더러 불편하거나 사회의 질시적인 시선을 익살로 담아내고 있는 글들입니다.우리나라에 만약 이런 류의 '백일장'이.. 2020. 9. 19. 동네 '마리아수도회' 성당 동네 '마리아수도회' 성당이 코로나로 다시 셧 아웃이다. 성당에 와서 "허탕쳤다"라는 말이 가당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오후 3시 미사라는 것만 알고 왔는데, 문이 닫힌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할 일' 한 가지는 끝냈다. 그리고 좀 오래 머물렀다. 이 성당은 올 적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수도원 경내의 성모마리아 상이 두 개의 형상이라는 게 좀 이색적이다. 하나는 기존의, 그러니까 서구적 형상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여인 모습의 마리아 상이다. 그 두 성모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바라보니, 비에 젖고있는 두 마리아 상이 서로들 저마다의 모습이지만 무언지 모를 안도감과 포근함을 준다. 이곳 성당 건물에서 볼 만한 곳은 성당 뒷면이다. 견고한 타원의 성벽을 연상시키는 웅.. 2020. 9. 6. '코로나 블루'(?) 어제 오후에 年晩하신 선배님으로부터의 갑작스런 전화. 진즉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할 처지에 전화를 받고보니 송구스럽다. 그냥 집에 계신다고 했다. 건강을 여쭤봤더니, 그냥 그렇고 좀 피곤하다 하신다. "코로나 끝나고 우리 소주나 한잔 하자." 좀 뜸을 들이다 하시는 말씀이 이렇다. 그 말씀에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요 했더니, 웃으신다. 덧붙이시는 말씀이 이렇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놓자." 전화를 끊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겨우 그 말씀 하려고 새까만 후배에게 일부러 전화를 하신 건가. 내가 뭔가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닐까. 그놈에 코로나가 이래저래 사람을 덜썩거리게도 혹은 주저 앉히기도 한다. 2020. 9. 2. 난 꽃 꽃에는 문외한이다. 꽃 이름도 모르고, 기르고 가꾸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는 꽃이 없다. 어쩌다 누가 들고 온다든가 하는 꽃들은 이내 시든다. 나름대로 물도 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하루 이틀을 못견디고 시들어 죽고만다. 시든 모습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꽃을 집에 두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마누라도 꽃에는 잼뱅이다. 둘의 몇 안 되는 공통점이랄까. 집엔 꽃 대신 이파리가 길다란 양난 두 화분이 있다. 이 건 좀 오래된 것이다. 언젠가 충청도 어디에서 난 재배를 하는 중학교 동기가 동창회 때 한 차 잔뜩 싣고 와 동기들에게 나눠 줬는데, 그 때 얻은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난은 죽지 않고 여태 살아있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생각나.. 2020. 8. 25. 光化門 나들이 어제 모처럼의 광화문 나들이. 제 철 선배, 김 철 친구와 함께다.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된 토론회의 주제는 좀 무겁다. '자유책임 시민혁명 어떻게 할 것인가."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발제와 주동식, 이대순, 남정욱 씨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모두 좋은 말씀들을 했다. 하지만 듣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다. 아무리 좋은 집이면 뭘하나. 토대가 썩고 부실하면 말짱 헛것 아닌가. 주대환 후배의 격려사가 모임의 격렬한 토론을 예고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랄까, 그저 그렇게 끝났다. 정규재 씨가 살짝 들어와 앉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정해진 순서가 끝나고 어떤 분이 그여코 문제 제기를 했다. '4. 15.. 2020. 8. 13. 이전 1 ···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