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 카테고리의 글 목록 (8 Page)
본문 바로가기

misce.96

가을문턱 북한산 산행 어제 북한산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구파발 쪽에서 오른 이말산 숲길엔 소슬바람이 불고있었고, 일로 삼천사와 삼천사계곡을 지나 부황사 암문까지의 산길을 걸으면서 모두 가을날씨라고들 이구동성으로 읊조리고 있었다. 암문 아래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슬랩에 걸터앉아 바라다 보면서 문득 느껴지는 하나의 모티브. 북한산이 왜 명산인가를 새삼 실감시켜주는 그것이다. 십여 년을 상명대 쪽에서 올라 여러모로 익숙해진 사모바위를 부황사 암문 아래 슬랩에서 바라다보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푸른 하늘아래 멀리 아스라하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손에 만져질 듯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생각 같아서는 그 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했고, 그래서 우리들은 한참을 거기서 앉아 있었.. 2022. 8. 28.
미국이 가장 살기좋던, 1938년 물가동향 역사적으로 미국이 가장 살기좋던 때는 시각과 기준의 차이가 있으나, 대개 스캇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배경이 되던 1920년대 초중반, 그리고 미국 역사상 4번의 대통령을 역임한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재임시기인 1930년대 말로 꼽혀진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이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극복하고 세계 초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기 시작한 1938년이 미국이 살기좋은 해였다. 그 해 미국의 물가 등 서민들의 생활물가 지수를 보면 그게 나타난다. 새 집값이 3천900 달러, 그러니까 현재의 우리 돈으로 5백만 원 정도, 새 차 한대 값이 860달러, 평균 주택월세가 27달러 정도였다. 하버드 대학 수업료가 연 420달러, 기름값이 1 .. 2022. 8. 14.
70줄 나이라는 것 한 20년 전에 노인들을 등장시켜 퀴즈나 환담거리 등을 통해 노인들의 일상을 엿보게 하는 TV방송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걸 이즈음 유튜브를 통해 가끔씩 보는데 재미있다. 지금의 내 나이 쯤의 노인들이 나오고 있으니, 시방의 나와 여러 측면에서 비교해 보는 것도 그렇고 또 한편으로 동병상련을 느끼게 하는 점에서 그렇다. 20여년 전의 70대 나이라면 일반적인 개념 상으로 완전 노인이었다. 그런 노인들이 TV에 나와 엉뚱스럽거나 뒤뚱거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 중에 물론 나도 포함되고 있다. 지금의 70대를 어떻게 봐야할까. 노인으로 몽땅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인의 개념상으로 좀 얼쩡한 나이가 70대라는 얘기다. 마침 오.. 2022. 7. 27.
지리산 종주산행 餘滴 O...지리산 종주 첫날인 4일 벽소령대피소에서 황태를 손질하고 있는 한 친구. 이걸 청승맞다 해야할까, 아니면 알뜰하다 해야할 것인가. 그러나 이것 하나 만은 분명하다. 집념이라는 것. 누가 뭐라든 하고야 만다는 집념, 그게 본인의 연목구어적인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친구들 한끼를 잘 먹이고 말겠다는 것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구례에서 장을 보면서 친구는 친구들의 숱한 ‘질책’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황태 한 꾸러미를 샀다. 무게가 나갈 뿐더러 배낭 꾸리기에 불편한 그 황태를 친구는 과장을 좀 보태 신주 모시듯 다뤘고, 그 때부터 그의 집념의 일단이 보이기는 했다. 아무튼 친구가 정성들여 다듬은 황태는 세석평전을 넘어 6일 새벽, 장터목대피소 천왕봉을 오르는 우리들의 밥상에 한 .. 2022. 6. 12.
지리산 종주산행 3박4일 종주산행 3박4일. 그것도 지리산을. 따진다면, 70줄 나이의 우리들에게 들어맞는 건 아니다. 연부역강(年富力强)의 나이들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들은 그것을 했고 해냈다. 하루 밤은 지리산의 초입인 구례에서, 그리고 사흘의 낮과 밤을 지리산 품에 안겼다. 횟수에 집착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이번 종주산행이 10번 째라는 점에서다. 수가 꺽이어지는 '10'은 그 의미가 다양하다. 마무리라는 것, 그리고 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돌이켜보면 2009년이 우리들 지리산 종주산행의 기점이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13년, 그 사이 우리들은 열번의 지리산을 오르내린 것이다. 빠진 해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코로나 역병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올 6월, 우리들이 .. 2022. 6. 7.
아슬아슬 음주 자전거(drunken biker) 어제 오후 귀갓길 전철 안의 한 풍경. 술에 잔뜩 취한 바이커가 한 손은 자전거, 또 한 손은 전철 손잡이를 잡은 채 아슬아슬하게 졸고있다. 바로 앞에 앉았는데, 코고는 소리와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디서 신나게 바이킹을 한 후 한잔 걸친 모양인데, 바이커들도 뒤풀이에서 술을 마시나 보다. 대곡역에서 먼저 내리면서도 걱정이 돼 돌아보니 요지부동 그 자세로 자전거를 잡은 채 졸고있었다. 무사히 들어갔는지 궁금하다. 술을 마신 후 자전거를 타는 건 정말 위험하다.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예전에 한 후배가 일산 장항동에서 카페를 하고 있었다. 목조로 지어진 검고 장중한 건물의 분위기도 그렇고, 후배가 락(Rock) 음악 활동을 하고있었기에 사람들이 꽤 드나들었다. 나는 그 후배를 만나러 오후 무렵이면 자.. 2022.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