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처럼
우리는 주먹 쥐고 힘차게 자란다.
어깨동무 동무야 젊은 용사들아
동트는 새아침 태양보다 빛나게
나가자 힘차게 청구용사들.
밟아도 솟아나는 보리싹처럼
우리는 주먹 쥐고 힘차게 자란다.
배우며 일하는 젊은 용사들아
동트는 새아침 태양보다 빛나게
나가자 힘차게 청구용사들.
위는 김문수 위원장의 '김일성주의자' 발언으로 논란의 와중에 있는 故신영복(1941-2016)이 지은 ‘청구회의 노래’ 가사다.
‘청구회’는 신영복이 숙명여대 대강사로 재직 중이던 1966년 서오릉에서 만난 6명의 어린 소년들과 만나 만든 모임이다. 당시 신영복은 북한의 대남 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에서 활동을 하고있던 중에 이 소년들과 친하게 지내며 '청구회(靑丘會)'라는 이름으로 매주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신영복은 이들 소년들을 ‘용사’로 부르면서 나름 이 모임에 의미를 두고자 ‘청구회의 노래’ 이 노래도 손수 지은 것이다. 이 노래 가사는 신영복이 어린 소년들과의 만남을 추억하면서 옥중에서 쓴 '청구회 추억'이라는 글에 나온다.
신영복은 소년들과의 ‘청구회’ 모임을 정례화하면서 이 모임을 확장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신영복이 쓴 ‘청구회 추억’에 따르면, 신영복은 숙명여대에서 육사 교수로 자리를 옮긴 후 육사 생도들과 당시 자신이 관여하던 이화여대 ‘청맥회(靑脈會)’의 이화여대생들을 ‘청구회’로 초대해 북한산 백운대 등반을 한 차례 함께하며 친목을 다진 것으로 나온다. 그 후 1967년 통일혁명당이 일망타진되면서 신영복은 구속되고 그로써 신영복의 ‘청구회’의 관계는 끊어진다.
여기서 이화여대 내에 조직된 '청맥회'라는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맥'은 말하자면 통일혁명당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통일혁명당이 초기 젊은 학생층들의 포섭을 위해 무교동에 개설했던 주점의 이름도 '청맥'이었다. 아무튼 통일혁명당의 이런 저런 대남비밀활동과 관련해 쓰여진 이름 가운데 유달리 푸를 '靑'자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 어떤 함의가 있을 것이다.
신영복은 간첩죄로 구속돼 조사를 받던 중에 ‘청구회’에 관해서도 심문을 받았다. 어떤 생각과 계획으로 ‘청구회’를 만들었냐로 심문을 받았을 것인데, 신영복은 후일 소회에서 이를 어이없는 심문으로 치부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특히 ‘청구회의 노래’ 가사 중 “우리는 주먹 쥐고 힘차게 자란다” 부분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청구회의 추억’에서 신영복은 아래와 같은 글로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 (‘청구회의 노래) 중 『여기서 「주먹 쥐고」라는 것은 국가 변란을 노리는 폭력과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추궁을 받았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폭력의 준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끈질긴 주장이었다.
내가 겪은 최대의 곤혹은 이번의 전 수사과정과 판결에 일관되고 있는 이러한 류의 억지와 견강부회였다. 이러한 사례를 나는 법리해석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 그 자체의 가공할 일면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는 특정한 개인의 불행과 곤혹에 그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성이 복재(伏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군법회의에서 이 ’청구회 노래’의 가사를 읽도록 지시받고 「청구회」가 잡지사 「청맥사」를 의식적으로 상정하고 명명한 會名이 아니냐는 「희극적」(?) 질문을 「엄숙히」 추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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