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고는 참 희한한 우연이다. 이즈음 성공회와 카톨릭 두 신부의 망동에 가까운 언행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신부들의 추잡스런 일탈과 이를 보도한 한 언론의 취재과정을 팩트를 중심으로 다룬 영화 한 편을 접한 것인데, 우연치고는 시의적으로도 딱 들어맞는 그런 우연이다.
집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옛날 DVD들 중에 '스포트라이트(Spotlight)'라는 게 우연찮게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심심파적 삼아 그걸 보았다. 2015년에 나온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언론의 대단하고 의미있는 특종과 관련된 것일 거라는, 기억에 근거한 선입관은 있었다.
맞았다. 한 미국 언론의 특종에 관한 사실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그 특종의 내용이 나로서는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바로 미국 카톨릭 신부들의 아동성추행과 성폭행에 관한 2001년 미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기자들의 취재 및 보도를 다룬 특종이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뭐랄까, 그런 희한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우연감을 느낀 것이다.
미국 카톨릭에서도 그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보스턴대교구의 100명에 가까운 신부들이 2001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동성애적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으며, 이를 은폐하고자 갖은 협박과 여론왜곡까지를 서슴치않았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사건이다. 이를 폭로 보도한 보스톤 글로브의 담당 취재진인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 이듬해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2개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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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의 이 사건 보도, 그리고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카톨릭사제들의 추악한 성적 추문이 비로소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됐으나,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말끔히 처리되고 카톨릭사제들의 그런 추잡스런 일탈행동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이건 그 후에도 바티칸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추문이 흘러나오고 있고 또한 바티칸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바 사실이다.
예컨대 2001년 보스턴대교구의 이 사건 폭로 당시 그 교구의 추기경으로 그 자신 또한 성추문의 당사자이기도 한 버나드 로우(Bernard Law)는 보스턴대교구 추기경 사임 후 오히려 바티칸 큰 교회의 수석사제로 영전돼 갔으며, 그 후로도 그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한 추문은 끊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두 신부의 몰상식한 언행이 보스턴대교구 사제들의 성추문에 비길 바인가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종교에 대한 믿음과 사제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건 정말이지 나로서는 우연인데, 우연치고는 그리 개운치가 않다. 개인적으로 카톨릭신자인 처지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는 '나쁜 사과(bad apple)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신부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직설적으로 이 신부들을 지칭하기에는 부적절했기에 사과에 비유해 그렇게 불렀을 것인데, 영화 속의 표현이지만, 실제로도 그런 은유식의 표현으로 썼을 것이다. 우리나라 두 신부에게는 어떤 표현이 걸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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