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라는 걸 시기적으로 언제 쯤으로 가늠해야하는 것인가가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내 모든 처지가 그나마 좀 웬간했을 적으로 대강 잡고있다.
그 '한 때' 올드 카메라, 좀 고상한 말로 클래식카메라에 심취했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해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흔적은 드문드문 내 보이고 있다.
오랜 만에 꺼내보는 것이라 그럴 것이다.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예전에는 깊은 밤, 할 짓이 그것이었다. 카메라를 만지고 닦고 점검하는 일.
그거 해본지도 오래고 해서 깊은 밤이 아니라 낮에 한번 꺼내본 것이다.
카메라들이 정상일 리가 없다. 그건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행이라는 게 있으니 그에 기대보는 것도 아슬아슬하면서 재미있다.
뭐랄까, 요행이 반 쯤은 있었다고나 해야할까.
'코닥 메달리스트(Kodak Medalist).'
크고 무거운 중형 랜지파인더 카메라로,
1950년대 필름카메라 전성시대를 풍미한 옛 사진기다.
렌즈는 샤프니스가 강한 엑타(Ektar) 100mm/f. 3.5.
이 카메라는 I, II 두 모델이 있는데 나는 둘 다 가지고 있다.
이 카메라를 지금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620필름을 쓰는데, 그게 지금은 단종됐기 때문이다.
예전에 120필름을 620 전용스풀에 감아 몇 번 찍어보기는 했지만,
그 후 사용이 하도 번거로워 그냥 수집용으로 보관해오던 것들이다.
세 대 모두 외관은 깨끗하다. 렌즈도 그렇다.
그러나 셔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한 대 뿐이다.
2, 3년 전에 점검했을 때는 세 대 모두 작동이 되질 않았는데 용케도 한 대가
어둔 공간에서 기력(?)을 회복한 모양이다. 내가 반 쯤의 요행이라고 한 건 그 때문이다.
올드 카메라 점검을 전문용어로 CLA라고 한다.
닦고(clean), 기름치고(lubricate), 맞추는(adjust)것인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먼지 좀 털고, 때 좀 닦고, 라이터기름 좀 쳐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 후 카메라들을 보니 훨씬 깨끗하고 정감이 간다.
그러면서 이 카메라들이 "우리들 좀 어떻게 해 봐요" 하고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얘들의 '하소연'이 아니더라도,
이 카메라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나름으로 좀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 메달리스트 이 카메라들을 실로 오랜 만에 꺼내 닦고 점검해보다가
이 카메라가 등장하는 1950년대 영화 한 장면을 발견했다.
1955년에 나온 영국의 코미디영화 'The Constant Husband'인데,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케이 켄들(Kay Kendall; 1927-1959)이
메달리스트 II로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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