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바람에 봄치마 휘날리더라
저 고개 넘어간 파랑 마차
소식을 싣고서 언제 오나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앉아도 새가 울고 서도 새 울어
맹서를 두고 간 봄날의 길은 멀다
갈 길도 길건만 봄날도 길고 길더라
돌 집어 풀밭에 던져보면
이렇단 대답이 있을쏘냐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산 넘어 산 있고 물 건너 벌판
기약을 두고 간 봄날의 길은 멀다
범나비 바람에 댕기가 풀어지더라
산허리 휘감은 아지랑이
봄날은 소식도 잊었는가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아가씨 가슴속에 붉은 정성과
행복을 두고 간 마차의 길은 멀다
월북한 작가 조명암(1913-1993)이 1941년 어느 봄날에 지은 ‘진달래 시첩’ 제하의 시 전문이다.
일제강점기 와세다대 불문과를 나온 조명암은 식민지 조선의 처지와 풍광, 풍물을
시를 포함해 애잔하고 아름다운 글귀로 엮어내 심금을 울리게 했다.
조명암은 이런 자신의 시를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하기 위해 대중음악의 가사로 많이 지었는데,
‘진달래 시첩’ 이 시도 1941년 이봉룡의 곡으로 이난영이 불러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노래가 됐다.
지금도 봄노래로 이 ‘진달래 시첩’을 흥얼거리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이 노래는 2010년 신인가수 문채령에 의해 리바이벌로 불려져 많은 인기를 모았다.
조명암의 글이 대중가요 가사가 되어 유명해진 노래로는
‘낙화유수’ ‘추억의 소야곡’ ‘추억의 백마강’ ‘울며헤진 부산항’ ‘아주까리 등불’ 등 수도 없이 많다.
조명암 작사의 주옥같은 이 노래들은 조명암이 월북한 까닭에
긴 세월 금지가요로 묶여 있다가 1994년에야 비로소 해금이 됐다.
오랜 기간 동안의 금지로 인해 유명한 조명암 작시의 노래들 가운데 가사가 잘못 전해진 곡도 적지않다.
‘낙화유수’가 그렇고 ‘진달래 시첩’ 이 노래도 그렇다.
그의 사후 20년이 되던 2013년에는 조명암의 모든 글을 집대성한
‘조영출 전집’이 그의 사위 주경환에 의해 출간되기도 했다. 조명암의 본명은 조영출이었는데,
대중가요 가사를 포함해 여러 종류의 많은 글을 쓰면서 조명암이라는 필명을 썼기에
조영출보다는 조명암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https://youtube.com/watch?v=lJaJRgevSyU&si=EnSIkaIECMiOmarE
https://youtube.com/watch?v=6YfEmXITAO0&si=EnSIkaIECMiOmarE
https://m.blog.naver.com/darby4284/90185320011
#진달래시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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