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뒤 다동에 위치한 ‘초류향(楚遊香)을 오랜 만에 갔다.
예전 프레스센터를 들락거릴 때 많이 갔던 곳이다. 그때 회식을 주로 ‘부민옥’ 아니면 그 옆 초류향에서 했다.
회식이 아니더라도 빼갈 한 잔 생각이 날 때면 낮이나 저녁 가리질 않고 가 주로 그 집 ‘동파육’을 안주로 마셨다.
그때, 그러니까 2000년대 초 초류향엔 주인아주머니가 항상 카운터에 앉아 계셨는데,
다소곳하면서 중국풍의 전형적인 미인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 주인 아주머니 보러 초류향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초류향은 부민옥과 항상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그 후 부민옥이 자리를 옮겨 가니까 초류향도 바로 그 옆으로 옮겼다.
어제 선.후배들과 초류향을 간 것은 내 뜻이 아니다.
후배인 배 사장이 그곳에다 미리 예약을 해놓고 통보를 해준 것이다.
오랜 만에 가 본 초류향은 예전의 초류향이 아니었다. 시설이나 분위기가 전에 비해 많이 세련되고 깔끔해졌다.
예전에는 간판을 포함해 바깥 외형이나 실내가 진한 홍색,
그러니까 중국을 느끼게 하는 채색의 분위기로 물씬했는데 그런 점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깔끔해졌다는 건 시설이나 테이블 등이 아주 현대적이며 세련되게 배치되고 있는 데서
예전의 그 고풍스런 중국적인 분위기를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이기에 느껴지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몇 가지 요리로 연태 고량주를 마셨다. 음식들도 형식이나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예전과 달랐다.
요리들이 이름들은 옛 그대로이지만 전통적인 중국풍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소 퓨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예컨대 동파육의 경우 전통적인 동파육에서 돋보이는 건 색깔이다.
진한 양념으로 조리한 돼지고기 삼겹살은 진한 갈색,그러니까 초콜릿 빛깔이다.
그리고 곁들여지는 청경채는 푸른 빛이다. 그러니 동파육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진한 갈색과 싱싱하고 푸른 색으로 식욕을 당기는 요리였다.
그런데 어제 초류향에서 내 놓는 동파육은 예전의 그 동파육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색깔이 흰색에 예전 것보다 허앴다. 청경채 대신 그냥 배추를 사용한 것도 그랬고,
삼겹살에 버무려 진 양념도 진한 갈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맛은 있었다.
우리들은 동파육에 가리비구이, 부추잡채, 맨보샤 등을 먹었는데 대체적으로 맛은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전통적인 중국 특유의 묵직한 맛은 아니었고,
퓨전 특유의 가벼우면서도 감각적인 맛을 안기는 요리들이었다.
초류향은 저녁 6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이내 객실이 손님들로 채워졌다. 대부분 단체들인 손님들의 면면을 보고 우리가 요리들의 퓨전스러움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그들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초류향은 전통적인 중국음식점에서 젊은 층을 겨냥해 시설이나 요리들을 시대의 추세에 맞게 리모델링한 집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우리들은 새로운 컨셉에 맞춰진 중국집과 중국요리들을 맛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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