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고 재경동창회는 지역의 오래 된 학교가 대개 그러하듯 그나름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습니다. 기수가 60회를 넘어서고 있고, 재경동문들의 수가 몇 만을 넘어서고 있으니 동창회도 그만한 볼륨으로 성장했고 일도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물론 동창회라는 개념 자체가 글로벌 시대의 추세와는 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전 한창 잘 나갈 때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습니다만은 그래도 동창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사무실도 여전히 동문들이 들락거리고 있는 등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산고 재경동창회는 올해 신임 회장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올해로 22기 회장단인데, 회장으로 공인회계사인 34회 정민근 동문이 선임됐습니다. 34회 정 회장은 나보다는 5기 후배이고 그렇게 가까운 건 아니지만 알고지내는 사이입니다. 우리 기수인 29회는 이제 동문회에서 고참 축에 듭니다. 그래서 실무적인 일에는 관계치 않고 있습니다.
정 회장이 회장 취임 후 3월 초 저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인사 겸 부탁이었습니다. 부탁은 다름이 아니라 재경동창회 회보를 만드는 데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2005년부터 재경 마산고동창회 회지인 <가고파> 제작에 관여해 지금껏 서너 차례 만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아마도 나의 그런 전력을 참고한 것이겠지요. 원래 그 일을 한 경험도 있고, 또 동창회 일이니 내가 딱히 거절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었습니다. 해야 할 ’이유’가 오히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락을 했지요.
수락은 했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종이로 만드는 회보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하는 ‘모바일 회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종이매체 세대인 저로서는 한번도 온라인 매체를 만들어본 일이 없었기에 그 점을 들어 완곡하게 자신은 없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랬더니 온라인 제작과 관련한 실무적인 일은 후배들이 다들 알아서 할 것이니, 그저 총괄적으로 취재나 기사작성, 편집 등을 이끌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락했습니다. 수락과 함께 작업에 들어간 게 3월 9일부터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가고파 온라인 회보>가 30일 출간됐습니다. 온라인 <가고파>로는 1호인 셈인데, 20일 정도 걸렸습니다. 14면 타블로이드판으로 기사기획부터 취재, 글쓰기를 제가 맡았습니다. 온라인 판으로의 제작과 면 배열 등 편집은 50회 남기환 후배가 맡아서 했습니다. 둘이 꿍짝이 잘 맞았습니다. 그 사이에 김진용 사무총장의 자료확보 및 추적과 제공이 큰 힘이 됐습니다. 오늘 발간된 온라인 회보를 보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감개무량한 이면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가고파>의 부활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종이매체로 발간됐던 기존의 마산고 재경동창회지인 <가고파>는 재경동창회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만큼 전통과 역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28년의 역사를 갖고있던 <가고파>가 마지막으로 나온 게 2018년 상반기입니다. 그리고 그 해 후반기부터 <가고파> 발간을 중단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들 뿐더러, 시대 추세 상 종이활자 미디어는 가독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당시 실무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마지막 <가고파>인 37호를 만든 실무이며, 또한 <가고파> 폐간 당시의 실무가 바로 저 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온라인 가고파 회보>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습니까. 군 말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폐간된 <가고파>의 마지막 호를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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