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의미있고 재미있는 잔치라도 끝물이면 대개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통영에서 23, 24일에 걸쳐 진행된 고등학교 모교 졸업 50주년(실제는 53주년) 기념행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 동기친구의 기발하면서도 돌발적인 재치가 그런 지루함을 깼다. 말하자면 서프라이즈, 깜짝쇼의 진수가 담긴 재미를 막판에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24일 점심식사와 함께 폐막식으로 우리들은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폐막식까지를 끝내고 모두들 일어서려는 순간 그로테스크한 마스크와 복장을 한 사내가 촌스런 종이봉다리를 들고 무대에 나타났다. 사회 말로는 우리나라 제일가는 마술가라면서 우리 졸업 50주년 행사 소식을 듣고는 본인이 자청해서 서울서 먼길을 내려와 마술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이 한국마술협회 고문에 4개국에 능통하고 운운.
공연에 앞서 이 마술가의 자기 소개가 재미있다. 처음 꺼내는 말이 자신을 일컬어 “world famous magician...” 운운에 중국어까지 섞어 하는데 4개국 한다는 사람치고는 뭔가 좀 어투가 허술하고 개그적인 기미가 보였다.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경상도 내기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하는 말이 들으면 들을 수록 우리에게는 익숙한 마산말씨다. 그건 그렇고 하여튼 마술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뭔가 좀 서툴다. 돋보이는 건 무슨 이유에선지 손을 그렇게 떠는 것이다. 벌벌은 아니지만, 마술도구를 조립하는 게 한번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손을 떤다. 그래도 보여주는 마술은 재미있었고 하나 하나 마술이 끝날 때마다 우리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소리와 환호에 이 매지션은 좀 자신감을 찾아가는 했다. 그리고 끝났고 우리들은 즐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제 우리들은 일어나 행사장을 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잘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사회자의 이런 저런 마지막 멘트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그 순간 이 마술사가 얼굴 마스크를 벗어 던진 것이다. 마술사의 맨 얼굴이 드러난 순간, 좌중은 팔짝 뛸 정도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 마술사는 우리 동기로 50주년 행사에 참가하고 있던 김영호였기 때문이다. 하루를 꼬박 우리들하고 같이 행사를 즐기다가 막판에 마술사로 분장해 나타났던 것이다.

처음부터 주최측과 짜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앞에 돌발적인 재치라고 언급한 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뭔가 엉성하고 허술하고 웃기는 게 그런 짜고치는 고스톱의 가능성을 우리로부터 차단시킨 측면이 있다. 하기야 김영호 이 친구는 처음부터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서울서 단체버스에 내려오기로 하다 갑자기 자기 차로 내려오기로 바꾼 것도 그렇고. 아무튼 우리들은 이 친구 덕분으로 행사 막판에 크게 한번 웃을 수 있었고, 서울로, 마산으로, 부산으로, 울산으로 서로 헤어지는 이별의 순간까지도 즐거울 수 있었다. 왼쪽이 매지션 김영호, 오른 쪽은 이 사진을 제공한 김종언 동기.
#김영호매직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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