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내가 누가 머리가 좋을까. 그걸 검사하는, 그러니까 IQ 테스트를 하면 수치상으로 나오기야 할 것이지만,
그로써 쾌도난마 식으로 감별하기에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그렇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나이들을 너무 먹었다.
머리 좋다는 게 반드시 많이 알고 뭘 잘 풀어내는 지식에 더해 어떤 상황에 잘 대처하는 요령과 지혜도 포함되는 포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다.
심심파적삼아 '애니팡 2'를 가끔씩 한다. 이게 게임 그 자체도 재미있지만,
마산의 한 선배와 함께 게임을 한 차례 할 수 있는 하트를 서로 주고받으며 그나마 그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측면도 있어
거의 매일 아이패드를 펼쳐 그것을 즐기고 있다.
애니팡 2는 한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경우 다음 단계로 계속 넘어가는 점에서 경쟁심과 재미를 더 한다.
스테이지, 그러니까 한 단계를 거치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것인데,
뭔가 잘 풀리고 컨디션이 좋으면 단박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안 풀리면 한 스테이지에서 낑낑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지금 스테이지 500을 넘기고 있는데, 잘 넘어가다가 어제 한 스테이지에서 제동이 걸렸다.
'눈덩이를 한 곳에 모으라'는 주문의 스테이지인데, 그 주문의 개념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덩이를 한 곳에 모으라는 게 눈덩이를 없애라는 것인지,
아니면 눈덩이를 한 구역에 가두라는 것인지가 파악이 되질 않으니 그냥 무턱대고 게임을 하는 식이다.
어제 하루 동안 나름으로 애를 써서 했으나 넘기질 못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걸 알기위해 마산 선배에게 전화를 할 생각까지 했을까.
오늘 아침, 아내에게 슬쩍 그걸 물었다. 애니팡 내 친구목록에 아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짐짓 모른 채 해 왔기에 새삼 아는 채 하는 게 좀 그랬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나는 답답했던 것이다.
아내는 대충적인 내 질문을 듣더니 일단 묘한 표정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게임을 하냐는 뭐 그런 표정이랄까.
나는 그 스테이지에서 주문하고 있는 개념이 뭐냐며 구체적으로 물으며 아이패드에서 애니팡을 열고 보여줬다.
그 때부터 아내의 구시렁거림이 시작됐다. 머리가 왜 그리 나쁘냐는 것이냐 운운으로.
그러면서도 아내는 설명을 하면서 쉽게 가르쳐 준다. 한 곳에 모으라는 건 한 곳으로 끌어들여 사라지게 하는 것,
그게 그 스테이지 주문의 개념이었다. 그건 앞 스테이지에서도 수 없이 해본 것이다.
그런데 그 스테이지에서 무슨 이유인지 혼선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설명에 군 말없이 들어주며 이해하는 나에게 아내는 더 이상 타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아무래도 나보다 머리가 좋다는...
나는 아내의 설명을 듣고는 단박에 그 스테이지를 넘겼다. 그러고는 나름 감격(?)에 겨워 그걸 아내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아내는 그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속으로 아마 이런 말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 양반이 아무래도 요새 좀 이상해. 치매끼가 아닐까...
#애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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