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사든지 재미는 공식적인 것이 아닌 비공식적인 것이 훨씬 강도가 있다. 우리들 50주년 행사도 그랬다.
그러니까 호텔 그랜드볼룸에서의 개막식과 주연이 공식적인 것이라면 그 후에 이어진 호텔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의 술자리는 비공식적인,
속된 말로 2차였던 것인데 거기서들 많이 마시고 재미있게 놀았다. 물론 재미로서만 우리들의 행사와 모임을 운위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개막식과 저녁식사를 겸한 주연 또한 의미가 있었고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자리다.
지하1층 방에 마련된 술자리의 주선자는 마산의 배철환이다. 그 술자리의 기획부터를 철환이가 주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해보니 그 술자리는 배철환이 마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환이의 역할이 컸다.
나는 그 자리에 좀 늦게 합류했다. 가보니 벌써들 취기 만땅이 된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특히 부산의 황규일이 모처럼의 만남이 좋았던지 한 잔 올라있었고, 우리의 서성우 회장도 규일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얼골이 점차 벌개져가고 있었다.
또 하나 돋보이는 친구는 서일석이다. 나는 평소에 일석이가 술을 마시질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나의 오판이었다.
그 덩치와 흉량에 맞게 술을 시원시원하게 잘 마셨다.
이런 자리에서 배철환이는 말하자면 노련한 조정자였다. 내가 알기로 철환이도 술을 잘 한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이 많이 마셨기에 이 친구의 술 실력을 나름 잘 안다. 그런데 오랜 만에 이날 본 철환이는 예전의 철환이가 아니었다.
뭐랄까, 배포가 훨씬 부드럽고 순리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날 술의 ‘제공자’는 철환이었다.
술이 모자란다고 하면 어딘가에 가사는 부리나케 술을 쟁반에 담아 날랐다. 그리고 간간이 따라주는 술도 마다하질 않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다. 나름 행사라는 측면에서 그 주선자로 책임을 느껴서 그랬을 것이다.
이 술자리가 파한 건 거의 자정 무렵이다. 그래도 술자리는 끝나지 않았다. 서성우와 황규일이 3차를 제안한 것이고,
우리들 술꾼들은 당연히(?) 그에 응했다. 급기야 성우로부터 중앙부두 횟집에서 차가 올테니 나가자고 해서 심야에 호텔 밖으로 나가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성우 말은 구라였다. 하여튼 중앙부두까지 갈 교통수단이 엄두를 낼 수가 없었기에 우리들은 눈물을 머금고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로 들어와서는 어찌할 것인가.
애먼(?) 철환이가 또 나섰다. 술을 제공할 터이니 방에서 마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올라간 방이 일석이 방이다.
거기서 우리들은 또 마셨고, 규일이의 취기는 하늘까지 뻗쳤다. 일석이 방에서는 새벽 1시 넘어서까지 마셨다. 그리고 거기서 헤어졌다.
구윤오는 자기 방이 잠겼다기에 우리 방으로 함께 왔다. 둘이서 그간 못다한 얘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다보니 시간은 새벽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 룸메이트인 김정수는 단 한번도 깨질 않고 신나게 자고 있었다.
#마산고29회졸업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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