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방 텔레비전 고장 나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미스터 트롯’이라는 걸 봤다. 나는 잘 안보는데, 아내가 그걸 보는 줄 미처 몰랐다.
그러니 내가 사용하는 거실 텔레비전으로 아내가 보니 나도 곁에서 덩달아 본 것이다.
딴에는 그래도 노래는 좀 들을 줄 안다는 처지에서 말하자면,
여기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하나같이 일단 노래들을 너무 잘 한다는 것이다.
어제 출연자들 가운데 특히 나이 열살 밖에 안 된 한 꼬마가수는 성인들도 부르기가 쉽지않은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불렀는데,
노래 하나로 놓고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노래실력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뭔가 좀 비어있는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중가요, 특히 뽕짝이라는 트롯을 얘기하자면 그 특성상 연륜이라는 걸 빼 놓을 수가 없을 것인데,
여기에는 부르는 가수의 나이라든가 경력을 포함해 연륜에서 묻어나는 노련함이 하나의 장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 트롯에는 그런 게 별로 없다.
대체적으로 그런 것이 도외시되면서 묻어나지 않을 뿐더러 구애 또한 크게 받지를 않는 것 같다.
대신 노래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팬덤에 어우러져 함께하는 게 한 트렌드가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른바 신세대 트롯, 혹은 신세대 트롯가수가 그런 것이다. 그러니 나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노래를 기가 막히게들 잘 부르기는 한데, 뭔가 다가오고 느껴지고 따라 부르고 싶은 감흥이나 충동감이 없이
그저 보고 듣는 것에 한정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인데, 이런 게 때때로 답답함 같은 걸 안겨주기도 한다.
흡사 인공지능 AI 로봇의 노래를 듣고있는 느낌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물론 내가 나이가 많아 시절에 뒤떨어진 처지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제 나온 출연자들 가운데 그나마 나에게 좀 느낌을 안기는 가수로는 경력이 좀 있는 진 모 였는데,
순위에서 중위권으로 밀려났다는 점에서 역시 내가 갖는 관점과는 괴리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어제 심사위원 석에 앉아있는 장민호나 임영웅이 까마득히 먼 시절의 가수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역시 심사위원 석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진 성은 할배 원로가수처럼 느껴졌고.
#미스터트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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