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로 요리를 해 먹는 건 우리 한국사람들에겐 전통적인 것이다. 갈비탕도 하고 갈비구이도, 그리고 갈비찜도 해서 먹는다. 이런 점에서 갈비는 일종의 전통적인 먹거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제 상암동에서 접하고 먹은 갈비구이는 뭐랄까, 조리나 먹는 방식에서 좀 달랐다. 그래서 언뜻 든 생각인데, 말하자면 갈비구이에서도 세대차이가 생겨나고있는 걸 느꼈다.
큰 아이가 김포에서 고양과 서울시의 경계지점인 덕원지구로 이사를 했다. 상암동 DMC 인근이다. 어제 아내와 함께 이사 간 그 집을 갔더니, 큰 애 내외가 저녁을 냈다. 잡아놓은 식당은 갈비집이었는데, 이름하여 ‘전설의 우대갈비’라는 곳이다. 갈비구이가 어떤 것이라는 건 잘 알고있기에 그저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식당은 상암동 빌딩 사이에 아주 ‘숨겨져’있는 듯 해서 찾기가 쉽질 않았다. 초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주로 젊은 사람들, 그러니까 근처 오피스빌딩에서 일하는 회사원들로 복작거렸다. 기존의 그런 갈비구이집이려니 하는 나의 생각에 이상이 감지된 건 자리를 잡고앉은 후였다. 몇가지 반찬이 차려져있고 인덕션이 설치된 테이블에 소형 키오스크 한 대가 있었는데, 음식 주문은 그 키오스크를 터치해 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물론 직원이 왔다갔다 하기는 했다.
아들 녀석이 키오스크를 터치하면서 며느리에게 4대면 괜찮겠지 하고 묻길래 ‘4대’가 뭘까고 생각했는데, 그건 갈비 갯수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이 나온 게 ‘4대’였던 것인데, 막상 그걸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장을 좀 보태 어린아이 팔뚝만한 게 ‘1대’로, 여종웝원이 그 것 4대를 쟁반에 담아 갖고오는 게 힘들어할 정도로 보였다. 그만큼 갈비 한 대가 컸고 양이 많아 보였다. 옥호에 왜 ‘전설적인(legendary)’라는 수식어를 넣었는지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저리 크고 우람한 갈비면 가격이 얼마일까? 아들이 그 즉시 알으켜 준다. 한 대당 3만8천원. 그러면 4대는 15만2천원일 것이니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덩치값을 하는 갈비인 것이다.
일반적인 갈비구이집이라면 양념에 절인 갈비를 갖다주면 손님들이 숯불 아니면 가스불에 구워 먹는다. 그러나 ‘우대갈비’ 이 집은 그렇지가 않고 여종업원이 구워주는 방식이었다. 그 큰 갈비를 조리하는 것에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살을 저며내 구우면서 손님들이 먹도록 하면서 한편으로 살을 저며낸 갈비대를 주방으로 보내 갈비대에 붙은 갈비살을 벗겨 가져와서는 별도로 그것을 구워내는 것이다. 그러니 손님들은 그저 구워주는대로 양념에 찍어 먹는 것인데, 갈비에 초벌 양념이 돼 있어, 식성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별도의 양념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구운 갈비 4대가 큰 프라이팬에 가득했다. 여기 갈비는 전통의 우리 한우가 아닌 게 또 다른 특색이다. 순 미국산 소갈비 만을 쓴다고 했다. 이런 저런 잡고기 섞여있지 않은 순 미국산 소고기가 좋고 맛있는 건 안다. 그래서인지 붉은 갈비살코기를 굽는 걸 보니 무슨 스테이크 굽는 듯 스케일이 컸고, 맛도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 맛이었다. 기존의 갈비구이와는 뭔가 다른 조리방식과 맛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집이름에 들어가는 ‘우대(牛大)’라는 말이 ‘큰 소’라는 뜻인데, 그게 바로 미국소라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싱싱하고 큰 갈비고기라 고소하면서 풍성한 식감을 주는 맛이었는데, 하나 아쉬웠던 게 있다. 기존의 갈비구이집에 가면 갈비를 손에 들고먹는 맛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먹을 수 없는 게 그랬고 내가 이런 말로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아무리 이런 식의 갈비집이라지만, 나는 구세대 사람이라 내 방식대로 하고싶기도 했다. 그래봤자 그건 한정적이지 않겠는가. 게댜가 며느리도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나마 소주 한 병 시켜 마시면서 이런 저런 갈비에 대한 옛 얘기나 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내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전설의우대갈비#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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