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월 9일이 뭔가 무슨 특별한 날일 것이려니 하는 생각은 꾸무적하고 비가 오는 아침부터 들었어도 그냥 좀 막연했다.
그걸 조갑제 씨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일깨워 주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북한의 김일성 사망이 보도된 날이라는 것을.
그 날이 기억난다. 김일성은 그 전날인 8일 사망했다.
그 때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돼 남북 간에 한참 준비에 들떠있었다.
당시 우리들 출입기자들도 평양을 수행취재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을 때였다.
그게 그날 7월 9일 정오 ‘김일성 사망’이라는 특별뉴스로 무산이 됐다.
김영삼 대통령 평양 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이 무산이 됐을지언정 김일성이 죽었다는 사실은 그 하나로
한반도에서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에 또 다른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나라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오늘 조갑제 씨가 유튜브에서 김일성이 죽었던 그 날을 돌이키는 방식이 좀 독특하달까,
뭔가 저널리즘적인 차원에서 어떤 공허함을 남긴다. 그러니까 조갑제 씨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오늘이 김일성이 죽은 날이겠지만,
그와 더불어 김일성의 죽음을 두 달 앞서 예견해 보도했다는 <월간조선>을 띄우기 위한 측면도 없잖아 있어 보인다.
조갑제 씨 자신이 그 당시 <월간조선>의 편집장이었음도 넌지시 끼워넣으면서 말이다.
조갑제 씨는 여기에 그 무렵 유명한 점술가 심진송을 등장시킨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월간조선>의 1994년 5월 호 ’김일성 사망‘ 예견 보도는 그 근원이
심진송의 점풀이에 의한 김일성의 점괘를 바탕으로 하고있다는 것이다.
그 해 4월 말 5월호 발간을 앞둔 편집회의에서 조갑제 편집장이 기사꺼리로 제시한 게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한 점술가들을 만나 얘기들을 들어보라는 것이었고, 조 씨의 지시를 받은 당시 이정훈 기자가
심진송 점술가를 인터뷰하면서 김일성의 운명에 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었는데, 이게 거의 맞아 떨어진 것이다.
조갑제 씨가 어떤 관점에서 느닷없이 점술가들의 얘기를 들어보고자 한 자신의 저간의 심중은 말하지 않고있지만,
아마 기자로서의 그의 유별난 촉이 발동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아무튼 그 결과로써 <월간조선>은 김일성 사망을 예견한 ’대특종‘을 하게됐고,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위치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견고해지는 토대가 됐을 것이다.
저널리즘이 반드시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인 팩트나 추론, 그리고 전망에만 기반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다.
때때로 종교적인 현상이나 기상천외한 신비주의 등도 보도의 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김일성 죽음의 예견보도 뒤에 심진송이라는 점술가의 점궤가 있듯이 말이다.
조갑제 씨가 오늘 이 방송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다소 복합적이다. 김일성이 죽은 날이라는 것,
<월간조선>이 그 걸 예견해 앞선 보도로 대특종을 만들었다는 것, 대특종의 단초는 당시 편집장이었던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심진송이라는 유명한 점쟁이가 김일성 죽음을 미리 알고있었다는 것인데,
조갑제 씨로서는 이들 가운데 심진송을 부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대특종 뒤의 이런 얘기는 이른바 낙수꺼리의 차원을 넘어 흥미롭고 재미는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뭔가 좀 씁쓸하고 못마땅하다. 그럴 수는 있겠지만, <월간조선>의 그 대특종이라는 게 한 점술가의
예언이 바탕이 되었다는 게 그렇고, 그걸 또 조갑제 씨가 자랑삼아(?) 늘어놓고 있는 것이 얘기꺼리는 될 수 있겠지만,
정통 저널리즘의 관점상으로는 뭔가 좀 그렇다는 것이다. 나의 이런 관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 역시 나도 잘 알고있다.
아무튼…
#김일성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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