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맘 때쯤 잔뜩 흐린 날씨에 가끔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호수공원을 걷고있는데,'
호수 수변 벤치에 어떤 여인이 홀로 앉아있었다. 언뜻 보기에 호수를 망연히 바라본다든가,
고개를 가끔씩 숙이는 게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었는데, 이 여인을 보면서 문득 한 장의 사진이
겹쳐지면서 그 사진이 떠올랐다. 벨기에 사진작가인 해리 그뤼아트(Hary Gruyaert; 1941 - )의 흑백사진으로,
한 여인이 숲속 벤치에 홀로 앉아 멀리 그녀가 살았던 마을을 망연히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말하자면 호숫가에 홀로 앉아있는 이 여인의 모습으로 인한 어떤 기시감으로 그 사진이 떠올라졌던 것이다.
그 사진을 처음 본 게 2006년이었는데,
사진도 좋았지만 누가 쓴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진에 붙어있는 글이 참 좋았다.
"한 여인이 산등성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저 멀리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에는 그녀의 일상과 가족이 있고, 그리고 어쩌면 지나온 과거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이다.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여인은 이따금 숲으로 와 나무 곁에 앉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는
나무둥치를 껴안고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며 흐느껴 울지도 모른다.
그럴 때 마다 나무들은 그녀의 기쁨과 슬픔을 묵묵히 받아줄 것이다. 그녀가 더 이상 찾아올 수 없는 시간이 와도,
나무는 그녀가 묻혀있을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기억할 것이다."
("A woman is sitting on a bench and looks down a distant village. She may have left her life, family and memories there. As she grow old, she may come and sit around those trees from time to time. As time goes on, she may weep for someone’s death. Trees will be there for her joy, happiness and even sorrow. Even though she may not visit the trees anymore, they will always remember her.")
그런 기시감도 그렇지만 비 내리는 호수공원 벤치에 홀로 쓸쓸히 앉아있는 그 여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얼마 간을 뒤에서 그 여인을 바라보는데, 그 여인은 한동안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가끔씩 어깨가 들썩여지는게 마치 울고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건 순전히 우울한 쪽으로의 나의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번잡스럽지 않은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 스마트폰 대화를 혼자 문자로 열심히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내가 호숫가에 앉아있는 이 여인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것도 기시감과 함께 그뤼아트의
그 사진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니, 그러니까 나름으로는 일종의 흉내내기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해리 그뤼아트의 그 아름다운 사진을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2006년 당시 그 사진과 글이 좋아 지금은 폐쇄된 내 블로그에 나름의 감상을 적어 포스팅해둔 게 있었는데,
뒤져보니 사진은 날라 가버리고 없다. 아마 저작권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쉬워 오늘도 그 사진을 여기저기서 찾아 봤는데,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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