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모처럼 서울 나갔다가 녹초가 됐다.
충무로 역에 내려 동호대교 쪽에 찾는 물건이 있어 꽤 되는 길을 걸어서 갔더니,
재고가 바닥이란다. 땀 뻘뻘 흘리는 내가 안 돼 보였는지 직원이 검색을 하더니
남대문 쪽에 딱 한 개 재고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차 타기도 귀찮고 해서 다시 걸어 충무로로 해서
남대문 쪽으로 왔더니 말 맞다나 딱 한 개 남은 게 있었고 그래서 그걸 손에 넣었다.
그 새 몸은 땀범벅이 됐다.
잠시 가게 안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다가 밖으로 나오니 숨 막히는 더위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는데, 그 어지러운 시선 속에 문득 남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남대문을 한번 봐야지 하며 길을 건너려하고 있었다.
건너 편에 한 아주머니가 양산을 쓰고 길을 건너려하고 있었고, 차가 한대 지나가고 있었다.
이 순간 도심의 사위가 조용해졌고, 이 짤막한 순간의 한 풍경이 나에게는 마치 정지화면처럼 느껴지면서
나는 건널목을 느릿느릿 걸어갔다.
남대문, 그러니까 숭례문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 줄 오늘 알았다.
남대문을 통과하는 문, 그게 홍예문(虹霓門)이다.
홍예문 천장에 용 두 마리를 그린 문양이 그려져 있다.
나는 홍예문을 나가면서 그 천장을 한참 동안 바라다 보았다.
그러는 사이 용들이 서로 엉키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용틀임이렸다.
그러면서 내 몸에 서늘한 한기를 내렸다.
더위가 가셔지고 있었다.
#남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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