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약과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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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약과 두통

by stingo 2023. 9. 24.

상식적인 얘기이겠지만, 콩알보다 작은 알약 하나가 지보다 비교하리 없을 만치 큰 인간의 몸땡이를 들었다 놓았다할 수 있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몸땡이 뿐 이겠는가, 마음까지도 그렇게 한다.

시그마트(Sigmat)정 5mg. 심장병에 복용하는 혈관확장제다.
이 알약 하나로 한 며칠 간을 시달렸다. 심장스텐트 시술 후 복용하라며 주는 약은 혈액항응고제를 포함해 모두 6가지다.
병원에서는 이 약들을 잘 챙겨먹으라 한다.
내가 퇴원할 적에 담담 의사는 밥은 안 먹더라도 약은 반드시 먹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잘 챙겨 먹었다.




약에 부작용이 따르는 건 흔하다. 시그마트 이 약도 부작용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두통인데, 설명에는 일시적인 두통이고 복용 후 얼마 후 사라진다고 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5일 째 이 약을 먹으며 두통에 시달렸다.
병원에 문의를 하니, 약 조절이나 대체 약은 언급치 않은 채 진통제로 두통을 다스리면서라도 먹으라 했다.

그래서 나름 생각을 해 봤다. 동네 내과에서도 그랬으니, 시그마트 이 약 한 알을 빼고 먹으면 어떨까 싶어 어제 그렇게 해봤다.
그랬더니 신통하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그러면 이 약을 안 먹으면 된다.
그렇게 한 나절을 보내다가 저녁 무렵 슬그머니 걱정이 왔다. 병원에서는 한 가지 약도 빠뜨림 없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어제 유튜브 검색을 통해 봐도 스텐트 시술 후 중요한 건 일정 기간 약을 반드시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걱정이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이렇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차로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침에는 시그마트를 뺀 약들을 먹고, 저녁에 시그마트를 복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엊저녁 8시 경에 시그마트를 먹었다.
나는 그러면서 지금 도대체 내가 시방 뭐하는 짓인가 하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기분이 쓸쓸해졌다.    

대학병원에 있다 은퇴한 한 친구 생각이 났다. 쓸쓸하고 싱숭맹숭한 기분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정말 모처럼의 전화다. 오래 전에 스텐트를 한 그 친구는 내가 스텐트 시술 한 것도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있다.
그 친구에게 약, 특히 시그마트에 대해 물었다. 친구는 내 얘기를 다 듣고는 먹고있는 약 이름을 다 적어 카톡으로 알려주라고 했다.
대학병원 심장혈관내과 의사로 있다가 은퇴한 동료 여 의사분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약 이름을 적어 보낸지 얼마 후 친구는 전화를 걸어왔는데, 첫 마디가 이렇다.
“시그마트, 그 거 안 먹어도 된다. 아무 문제 없다고 하더라.”
자초지종 얘기를 들었더니, 그 의사 분은 나머지 약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되는 상황에서
굳이 두통을 유발하는 약 한 가지 정도는 빼도 된다는 것이었다.

친구도 의사이니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니, 아무튼 친구의 그런 전갈로 나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든다. 시그마트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보다 어제 처음 해 봤듯이 시간차를 두고 먹어보자는 것이다.
엊저녁에 그 약을 먹은 후 잘 잤고 오늘 아침에도 두통은 없으니 말이다.





#시그마트#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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