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 중에 최고로 치는 게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다.
프랑스 부르고뉴 산 와인으로 보슨-로마네 마을의 포도밭에서 일년에 5-6천 병 생산되는 귀한 와인이다.
물론 나는 이 와인을 맛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얘기는 많이 들었다. 예전에 와인으로 유명했던 집이 인사동에 있었고,
와인에 해박한 그 집 아주머니가 이 '로마네 콩티'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려줘 말하자면 귀동냥 수준 쯤으로 알고있는 와인이다.
그 때 그 아주머니가 '로마네 콩티'에 관해 정성을 다해 열심히 얘기해주는 한 배경이 있었다.
'로마네 콩티'가 모차르트와 관련이 있는 와인이었고, 그 아주머니가 모차르트를 아주 좋아하는 신봉자였던 것이다.
그 와인 집이 인사동에서 사라진지 오래됐고, 그 아주머니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모른다.
어쩌다 모차르트를 들을 때, 아니면 와인을 마시고 있을 때면 그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오늘 <모차르트 평전>이라는 신간을 보다가 어떻게 해서 모차르트와 '로마네 콩티'가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언급이 있어 눈이 번쩍 뜨졌다.
예전에 그 아주머니로부터 모차르트와 '로마네 콩티'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었는지는 들은 것 같은데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네 콩티'는 와인 브랜드로, 로마네는 포도밭이 있는 지명이고 콩티는 그 포도밭 소유주인 콩티 공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18세기 중반 콩티 공작이 소유한 로마네에서 생산되고 있는 와인이 바로 '로마네 콩티'인 것이다.
이 무렵은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와 누이 등 가족들과 함께 유럽 순회공연 여행인 '그랜드 투어'에 나서고 있을 때다.
모차르트 가족은 3년 이상의 긴 순회공연을 끝내고 고향인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면서 파리를 경유한다.
1766년 5월 10일 파리에 도착한 모차르트는 거기서 최초의 미사곡인 <키리에Kyrie K.33>을 작곡한 후 파리에서 공연을 갖는다.
그 때 모차르트 일가족을 자신의 집에 초청해 공연을 갖도록 한 사람이 바로 콩티 공작이다.
그러니까 이 날, 모차르트는 콩티 공작을 만난 것이다. 둘이 만난 기록은 그림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프랑스의 유명 화가이던 미셀 바르텔레미 올리비에가 그린 <콩티 공작 응접실에서 열린 오후 티파티>라는 그림 속에
당시 10살이던 조그만 모차르트가 하프시코드에 앉아 오페라 가수 피에르 젤리오트의 노래를 반주하고 있다.
기타치는 사람 옆, 긴 가발을 쓴 채 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콩티 공작이다.
콩티 공작은 곁에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하느라 음악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강아지 두 마리도 보인다.
18세기 중반의 전형적인 살롱 음악회 한 풍경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모차르트와 콩티 공작과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것 외에 또 하나 유추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로마네 콩티' 와인 또한 콩티 공작 자택의 이 응접실 음악회에 접대주로 나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RomaneeCo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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