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선택’을 결국 다시 읽어보고 있다. 예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안타깝고 음울하면서도 뭔가 이끌리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인데,
아무래도 세월이 흐르로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의 그 착 달라붙는 듯한 솔깃함이라든가 호기심은 없다. 그래도 아무튼 다시 책을 손에 잡고 있다.
이번에 다시 읽는 건 예전과 다르다. 문장을 음미한달까, 한 구절, 한 구절을 꼼꼼히 읽어가며 나름으로 번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장을 꼼꼼히 읽어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나는 타이핑을 택했다. 그러니까 문장을 필사하는 방식으로 타이핑을 하고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이 작업을 하는 게 쉽질 않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 들고 다니기가 쉽질 않아서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다.
한 페이지 씩을 스캔으로 떠서 프린팅된 것으로 타이핑을 한 후 번역을 하는 것이다. 번역이라 하니 대단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인데,
나는 이 책을 번역할 만한 실력과 자질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텍스트를 딥엘이나 파파고, 구글의 번역앱을 종합해 일차로 번역을 한 후 나 나름의 의역을 보태는 것이다.
그리고 번역도 처음부터 차례 차례 해 나가는 게 아니고 중간 중간의 극적인 장면들 위주로 해 나가는 것이다.
세월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바대로의 작업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윌리엄 스타이런의 이 ‘소피의 선택’은 주지하다시피 소피와 네이단, 그리고 스팅고 이 세명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형식은 소피와 네이단에게는 삼자 격인 스팅고의 내레이션을 토대로 하고있다.
스팅고도 스토리에 엮여지는 주인공이지만,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개되는 건 소피의 역경적인 삶과 네이단과의 안타까운 사랑을
삼자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함으로써 읽고 보는 이로 하여금
스토리에 공감하고 절실하게 느끼게끔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
첫 회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까,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3 페이지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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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까요?
누가 아이를 별들 사이에 두고 거리를 재는 자를 그의 손에 쥐어줄까요?
누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잿빛 빵으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인가요,
아니면 누가 달콤한 사과 속 질식하는 듯한 심처럼 죽음을 아이의 동그란 입 속에 버려 둘 것인가요...
살인자들의 마음은 식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 죽음을, 죽음의 모든 것을, - 삶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그 모든 것을 그렇게 품고서 온유하고 선해지는 것, 이것은 형언할 수 없는 일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네 번째 ‘두이노 비가’ 중에서)
... 나는 절대 악이 형제애와 대면하는 영혼의 본질적인 영역을 추구합니다.
(앙드레 말로, 라자르, 1974)
(One)
나는 그 당시 뉴욕 맨해튼에서 저렴한 아파트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브루클린으로 이사해야했습니다.
1947년이었는데, 나에게 생생한 그해 여름의 기분 좋은 기억들 중 하나는 화창하고 온화하며 꽃향기 가득한,
마치 영원한 봄날에 날이 잡혀 있는 듯한 날씨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 청춘이 가장 바닥을 치고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한편으로 그 날씨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물두 살,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는, 열여덟 살 때 화려하고 지칠 줄 모르는 불꽃으로 곧 나를 집어삼킬 것 같던
창작 열정이 희미한 불빛으로 깜빡거리며 내 가슴 속,
혹은 한때 내 가장 굶주렸던 열망이 자리했던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갇혀 있던 소설을 완성하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히 간절했습니다.
다만 처음 몇 개의 나름 생각하기로 훌륭한 문단을 적어놓은 후 다른 문단을 쓸 수 없거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의 덜 떨어진 작가에 대한 게르트루드 슈타인(Gertrude Stein)의 말처럼
“달콤한 시럽은 있지만 쏟아지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저는 실직했고 돈도 거의 없었으며 나의 다른 동포 뜨네기들처럼 브루클린에서 하급 동네인 플랫부시로 스스로 추방되어
유대인들이 득실거리는 이른바 ‘유대인 왕국’에서 방황하는 또 다른 야위고 외로운 남부 청년이 되었을 뿐입니다.
Who’ll Show a child just as it is? Who’ll place it within its constellation, with the measure of distance in its hand? Who’ll make its death from grey bread, that grows hard, - or leave it there, within the round mouth, like the choking core of a sweet apple?… Minds of murders are easily divined. But this, though: death, the whole of death, - even before life’s begun, to hold it all so gentry, and be good: this is beyond description!
(From the fourth Duino Elegy - Rainer Maria Rilke)
… I seek that essential region of the soul where absolute evil confronts brotherhood.
(Andre Malraux, Lazare, 1974)
(One)
In those days cheap apartment were almost impossible to find in Manhattan, so I had to move to Brooklyn. This was in 1947, and one of the pleasant features of that summer which I so vividly remember was the weather, which was sunny and mild, flower-fragrant, almost as if the days had been arrested in a seemingly perpetual springtime. I was grateful for that it for nothing else, since my youth, I felt, was at its lowest ebb. At twenty-two, struggling to become some kind of writer, I found that the creative heat which at eighteen had nearly consumed me with its gorgeous, relentless flame had flickered out to a dim pilot light registering little more than a token glow in my breast, or wherever my hungriest aspirations once resided. It was not that I no longer wanted to write, I still yearned passionately to produce the novel which had been for so long captive in my brain. It was only that, having written down the first few fine paragraphs, I could not produce any others, or - to approximate Gertrude Stein’s remark about a lesser writer of the Lost Generation - I had the syrup but it wouldn’t pour. To make matters worse, I was out of a job and had very little money and was self-exiled to Flatbush - like others of my countrymen, another lean and lonesome young Southerner wandering amid the Kingdom of the Jews.
#Sophie’sChoic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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