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충무로 선배 사무실로 가는 지하철, 한 할머니가 내 곁에 앉았다.
할머니는 스마트폰을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가방에서 공책을 꺼낸다.
공책을 펼치고는 스마트폰을 보며 뭔가를 적고 있다. 호기심에 살짝 공책을 봤다.
영어와 한글로 가지런하면서도 빽빽하게 뭔가 적혀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눈과 느낌에 익다.
좀 더 신경을 기울여 봤더니, 그것은 성경이었다. 성경을 영어와 한글로 적은 것이었다.
성경은 사도행전이었고, 할머니는 그것을 1장 1절부터 꼼꼼히 적어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할머니의 그 공책과 글 적는 모습을 보고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왜? 내가 이즈음 하고있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할머니가 하고 계신 것에 대한 뭐랄까,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나 흡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처럼 오늘부터 사도행전 10장을 적기 시작하고 있는 터였다.
문득 할머니의 그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싶었다. 사진을 찍었다.
셔터소리가 유난히 컸다. 할머니는 곁에서 자신의 그런 모습을 찍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계속하셨다.
종로3가 역에서 할머니는 내리셨다. 출구 쪽으로 가면서 한번 뒤를 돌아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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