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

마누라가 걱정이 태산이다. 아내보다는 덜하지만 나 또한 그렇다. 아파트 승강기 교체공사가 시작되면 11층까지 걸어 오르내릴 일 때문이다.
이 공사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우리 집은 반대를 했었다. 멀쩡한 승강기를 왜 교체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우리 집 내외를 포함해 나이먹은 사람들이 공사 중에 겪을 불편함 때문이었다.

우리 집 말고도 - 내가주변에 물어본 바에 따르면 - 꽤 많은 가구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찬성 쪽으로 결론을 내고 아파트 동별로 순차적인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승강기 교체를 하면 도대체 어떤 승강기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것보다 크고 넓으면 좋을 것이지만, 한계는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30년이 다 된 것으로, 지을 적에 승강기는 당시 가구수에 따라 그리 넓지 않았다.
그 때 정해진 승강기 규모를 더 크고 넓힐 재간이 있으면 모르겠으되,
정해진 그 공간을 어떻게 '교체'를 한다는 것인지, 그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승강기 외양이나 실내를 지금보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바꾼다면 모를까,
그 크기를 어떻게 조절한다든가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미 공사가 끝난 승강기를 보면,
교체공사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어서,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게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특수한 공법에 의한 것이라면 말이다.

하여간 일산지역을 포함해 고양시 전역의 아파트마다에는 지난 해부터 승강기 교체공사가 봇물 터지듯 시작됐고,
각 아파트 마다에 교체공사를 '경축'한다는 플래카드가 내 걸어지고 있다.
자자체에서 교체공사를 신청한 아파트에 3000만원 씩이 보조금을 준다고 하는데,
그 돈 받으려 입주민 불편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려는 아파트는 없을 것이다.
아파트 가치, 그러니까 집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약간의 영향을 주기는 할 것이지만, 우리 아파트의 경우 십수년 움쩍도 하지않고
그냥 그 상태로인 오래된 아파트가 승강기 좀 손댄다고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째 좀 서글퍼 보이기 조차한다.
하지만 그 또한 그런 일에 문외한인 나의 처지에서는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냥 하자는대로 지켜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내는 승강기 없이 지낼 한달 간에 대비해 나름으로 대비를 하고있는듯 보인다. 그래봤자 별 대책이 없다.
오르는 계단에 의자를 배치해 쉬어가도록 하는 게 기껏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마련한 대책이다.
아내는 이런 와중에 택배 배달원 걱정을 한다.
그래서 무거운 택배물들은 공사 전에 미리 주문하고있는 정도다.

#아파트승강기교체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