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혹 누가 누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주로 70 나이를 넘긴 또래의 친구나 선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다.
물론 죽었다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나와 아는 사람으로, 친구 아니면 후배 또는 선배다.
그 말을 들으며 말을 전해주는 친구도 나도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서 그 소스가 어딘지 확인을 하려 한다.
더러는 확인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근자에 나는 이런 경우를 두 번 겪었고, 오늘도 그랬다.
한번은 마산을 갔는데, 한 선배가 아무개 아무개 선배가 자다가 급사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
구체적인 정황까지를 얘기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얘기를 전한 선배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술이 좀 오르면서 뭔가 확인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셨다는 그 선배와 친한 친구가 부산에 계셨다. 안부인사를 겸해 그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사를 한 후 고인이 됐다는 그 선배의 죽음을 확인하려 했다.
헛소문이었다.
부산 선배는 나더러 누가 그러더냐며 박장대소를 했다.
결국 술이 더 오르면서 고인이 됐다는 그 선배와 통화까지 했다.
또 한번은 나의 중학교 동기친구다. 올해 초 친구 여럿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그 동기친구가 죽었다는 말이 나왔다.
나는 그럴리가 없을 것인데 하면서도,
친구가 몸이 안 좋고 또 오랫 동안 그 친구를 보지 못했었기에 어느 정도 죽었구나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다.
그날 집에 와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다 같이들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 추모의 정을 나누려 했다.
그랬더니, 죽었다던 친구는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얘기를 그 친구로부터 들었다.
내가 반신반의하니까, 그 친구는 얼마 전 죽었다던 그 친구의 부인으로부터 몸이 좋지는 않지만 죽지는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친구와 나는 살아있으면서 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오랜 산다는 속설을 들먹거리며,
아마도 그 친구는 우리보다 오래 살 것이라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
그 친구는 하지만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지난 9월에 세상을 떴다.

오늘은 필동선배와 만난 자리에서 또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필동선배와 동기로 나도 어느 정도 알고있는 김 아무개 선배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관계와 언론계 등의 여러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어느 정도 우리 사회의 명망인의 반열에 드는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검색을 해 보았다. 그 선배가 돌아가셨다는 언급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럴리가 없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보시라고 했다.
필동선배는 여러 군데 전화를 한 후에 동기회에서 확인한 것으로 고인이 된지 벌써 몇 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인이 됐다는 그 선배 아래서 함께 일을 한 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두어달 전인가, 그 후배와 만난 자리에서 그 선배의 근황을 물었고,
마침 내가 뭔가 확인할 게 하나 있어서 선배의 전화번호를 후배로부터 알아 저장을 시키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후배는 그럼 통화라도 한번 해보자며 전화를 하려는 걸 내가 막기도 했다.
그런 선배인데, 몇년 전에 고인이 됐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때 후배가 가르쳐준 그 선배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필동선배는 다른 동기들 한테도 전화를 해 확인을 하려 애를 썼고,
나도 나름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고 했으나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그 후배는 분명히 알 것인데,
통화가 되질 않으니 후배로부터의 전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선배가 멀쩡히 살아 계실 것으로 확신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 선배가 이미 80줄에 들어선 나이드신 분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잖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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