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새것으로 바꾼지 얼마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세탁도 엄청 빨리 되는 것인가.
세탁기가 새것이어서 그런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불과 10여분 만에 세탁이 뚝딱 다 된 것이다.
아내가 그걸 두고 뭔가 이상하다며 미심쩍어 하길래 한번 살펴봐라 했다.
아내가 세탁기를 살펴보고 작동 매뉴얼을 다시 찬찬이 본 모양이다.
그러면서 작동 과정에서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인데,
세척 과정을 건너뛰어 헹굼 버턴만을 누르는 것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과정이 짧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러면 세 세탁기 들여놓은 후 두어달 여 동안
속옷 등을 잘 빨아지지 않은 상태로 입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아내 들으라며, 내가 쓰는 화장실 타월을 들먹이며 궁시렁거렸다.
그래서 왠지 뭔가 좀 지저분했었구나 운운하며.
그랬더니 아내는 내가 쓰는 화장실 타월은 오래 쓴 것이어서 원래 지저분하다며
오히려 그것을 문제삼아 따져든다. 나는 세탁기 잘못 돌린 걸 얘기하는데,
아내는 내가 쓰는 타월을 문제 삼는다. 아내는 원래 이런 식이다.
자신이 좀 궁박해지면, 좀 말이 되지않는 쪽으로 얘기를 갖다붙여 모면코자 하는 것인데,
몇 번 겪어보면서 나는 아내가 그럴 경우 아내의 처지가 그런 것인 걸 잘 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나는 아차, 했다. 더 이상 나가면 안 된다.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는 게 아내를 배려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와 아내는 항상 이렇다. 그러니 긴 싸움이 안 된다.
#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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