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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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라는 것

by stingo 2024. 11. 27.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 ‘노인 일‘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일년이 지나간 것이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이 일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개념의 일종의 시혜라고 봐야 한다.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참여하기 시작한 2021년에
나는 이 프로젝트가 반반의 개념이 포함된 일자리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노인들의 일을 통한 노동창출과 노인들을 위한 복지개념 차원의 것이라는 것.
그래서 내가 처음 참여한 2021년에는 노동의 강도가 센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분명 노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을 해야만 했다.

내가 처음 배속된 곳은 고양 능곡의 대장천 하천 정비 일이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하기 나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장화를 신고 하천으로 들어가야 하기도 했고, 두어 시간을 집게로 화물차가 다니는
천변을 돌아다녀야 했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게 노인들로서도 떳떳하다는 생각으로
그 일에 임했었기에 어느 정도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대장천에서 나는 1년 8개월 정도 했다. 그러다 대장천 일이 폐쇄됐다.
천변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한 분이 돌아가시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머지 4개월은 성라산 불당골 정비사업에 배속됐고,
지난 해는 화정 중앙공원에서 일을 했다.

그렇게 한달 일을 하면 29만원이 지급된다. 적은 돈이지만, 한푼이 아쉬운 노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내 주변의 어르신들을 보면 비록 얼마 안 되는 그 돈일지언정 무척 귀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노인 일자리‘의 개념이 변한 건 작년부터가 아닌가 싶다.
노인들의 노동 서비스에서 노인들을 케어하는 복지개념의 것으로 전변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담당하는 곳에서 일에 대한 체크도 하질 않는다.
그저 안전을 최우선으로 노인들이 적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에 대한 부담에서 다소 벗어나니, 이제 ‘노인 일자리’는 분위기를 중시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한달에 10일 정도 나와 얼굴을 대하는 일종의 공동체라는 점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다.
팀마다 반장을 두고 꾸려나가는 것도, 반장으로 하여금 분위기 유지를 잘 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일년 동안 함께 한 행신동 가라산공원의 우리 팀은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 7명이 그런대로 별 대과없이 일년을 잘 보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알력과 분쟁의 소지가 보이기도 했지만, 각자들이 잘 참아냈다.

어제 올 한해 일을 평가하고 내년도 일을 신청하는 모임이 신원당에서 열렸다.
시니어클럽에서 과장이 나와 보조원 한 명과 함께 서른 명의 노인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러는 지각도 하고 더러는 장소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걸 데려오기도 해야 하는 등
소소하나마 번거로운 일들로 좀 시끄러웠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우리 팀의 경우 해병대 김 선배가 장소를 찾지 못해 근처에서 헤매는 걸
반장이 나가 모셔오기도 했다. 나는 어제 모임에서 대장천에서 함께 일했던
’제주 할매‘를 만나 반가웠다. 2년 전 80을 넘긴 연세였으니, 이제는 80대 중반이지만
건강하게 보여서 더 반가웠다. 그 할매도 나를 알아보고는 무척 기뻐했다.

주최측힌 시니어클럽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하루방‘이라는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이구동성으로 맛있게 먹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올 한해 일이 완전하게 마무리 된 건 아니다. 원래 12월에는 일이 없었으나,
올해는 예산이 남아 12월 한달도 더 일을 하는 것으로 고지됐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그 고지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대장천 일을 하면서 바라다 본 능곡 마리아수도회 성당. 2021년 4월의 어느 날)






#노인일자리#고양시니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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