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찍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그것은 더욱 그러하다.
화정동 중앙공원에는 어르신분들이 많이 나오신다. 대개는 혼자다.
아니, 꼭 혼자는 아니다. 반려견과 함께 나와 벤치에 앉아들 계시는데,
오늘, 낙엽이 우수수 날리는 가을 풍광에 어우러진 그 모습들은 그래서인지 쓸쓸해 보였다. 
공원을 한바퀴 돌다가 어느 벤치에 앉아 계시는 한 어르신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무표정에 생기도 없이 개목줄을 잡고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는 그 모습이,
올망쫄망하게 생긴 반려견과 대조적이어서 그랬다.
나는 어르신 맞은 편에 카메라를 든 채 앉았다.
어르신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무기력한 시선에서나따나 나를 경계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카메라를 곁에 놓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어르신과 반려견을 찍고 싶었다.
그러나 어르신은 이미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그럴 겨를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당장이라도 버럭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나는 내 의도를 감추기 위해 사진과는 짐짓 무관심한 것처럼 태연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슬쩍 한 장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게 사진이 옳게 나올리가 없었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중단한 채 어르신을 그냥 한참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르신이 나를 보고는 웃는듯한 표정이 느껴져 왔다.
나를 찍으려면 찍으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찍었다. 그리고 몇 장을 더 찍었다.
(위 컬러는 갤럭시 S21 Ultra 카메라로, 아래 둘은 Leica X-Vario 경조흑백 모드로 찍었다.)
#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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