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고령의 어머니가 대구 가톨릭병원에 암 수술 후 입원하고 계실 때다.
이른 아침 처연한 마음으로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는데, 복도 끝에 어떤 사람이 앉아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멀찍이서도 눈에 확 들어오길래 뭔가하는 호기심에 다가갔다.
그것은 놀랍게도 예수의 형상이었다. 예수께서 앉아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 때 폰 이어폰으로 그레고리안 찬트를 들으며 어머니가 무사하기를 빌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귀에 "agnus dei, agnus dei, 주님의 어린 양" 찬트가 들렸고 내 입에서도 그 노래가 절로 흘러 나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멈칫해 한 것은 순간적이었을 것이다. 놀란 마음에 더 앞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벽화였다. 벽에 그려진, 예수가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멀찍한 거리에서 내 눈에 들어왔을 때는 그림이 아니었다. 분명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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