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이 고향이다. 그러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고향에 어떤 연고처는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 직접 관계되는 피붙이나 그 자손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척 정도는 살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없다. 그 어떤 먼 피붙이라든가 인척이 한 명도 살고있지 않다. 그런 마산이지만 내려 갈 일은 더러 있다.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든가, 아니면 드문 경우이지만 해야할 일이 있을 경우 내려 간다.
마산에 아무런 연고처가 없는 상황에서 마산을 가게 되면 곤란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잘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여관이나 호텔 등을 잡아 하루를 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취향상 그런 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 것을 싫어 한다. 예전 한창 술을 마실 적에는 그래서 차라리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먹고는 술집 주인이 퇴근하고 가면 내실이나 홀에서 그냥 혼자 술을 마시며 하루 밤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친구들이 아직 많으니 친구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는 경우도 예전에는 허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이 먹었고, 또 친구들 가족들의 눈치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는 친구집에서 신세 지는 걸 아예 금기사항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런 처지에서 근자에 고향 마산을 가게 돼 하루 밤을 보내는 곳으로 나름으로 좋은 곳을 하나 마련했다. 다름이 아닌 '24시 사우나'이다. 거기서는 밤 늦게라도 언제든지 들어가 쉬거나 잘 수가 있다. 게다가 사우나 목욕도 할 수가 있기에 나로서는 안성마춤인 곳이다. 그리 밤 늦은 경우가 아니면 들어가서 몸을 깨끗하게 씻은 후 잠을 잘 수 있고, 새벽에 나올 적에도 샤워를 할 수 있으니 여러가지로 내 취향에 맞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근자에 마산을 내려가면 거기가 바로 내 숙소가 된다.
내가 가는 '24시 사우나'는 신마산 댓거리에 있다. 사우나 이름은 '남부사우나찜질방'이다. 구마산에서 경남대학교로 가는 시내버스가 많다. 그걸 타고 댓거리에 내려 롯데마트 옆으로 가면 있다. 6일 내려가 그 다음날 올라온 이번 마산행에서도 하루 밤을 거기서 묵었다. 내려간 날 일을 보고 저녁 때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은 후 비교적 이른 저녁시간에 들어가 쾌적한 밤을 보내고 왔다. 그런데 거기에 가면 문제가 하나 있다.
너무 이른 새벽에 거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푹 자고 다음 날 정오 안에만 나오면 되는데, 나는 거기서 자면 거의 반드시 오전 4시나 5시 이른 새벽에 나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잠이 그렇게 빨리 깨는 것이고, 잠에서 깨면 씻고는 뭣에 쫓기듯 나오는 게 버릇이 된 탓이다. 그렇게 일찍 나오는 것에도 이유랄까, 그런 게 있다. 이른 새벽의 고향 거리를 걸어보고자 하는 충동감 때문이다.
7일 새벽에도 그랬다. 잠에서 깨니 새벽 4시 께였다. 그 즉시로 목욕탕에가 사우나를 하고 거기를 나선 시각이 4시 40분께였다. 날도 새지않은 어둔 거리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나와서는 그냥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녔다. 아래 해운동의 선창까지를 걸어서는 다시 경남대학교 캠퍼스 쪽으로 해서 한참을 걸어보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다리가 아팠다. 그때까지도 물론 날은 밝아지지 않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맥도널드 가게의 불빛이 보였다. 그래서 맥도널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 당연히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다. 뜨거운 커피가 나오는 맥모닝을 주문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시간 여를 보냈다. 갖고 간 아이패드와 키보드로 글을 써보기도 하고,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맥도널드 그 너른 매장 안에서 나는 살아있는 오로지 한 사람이었고, 또 살아있는 게 있었다. 불빛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내가 맥도널드를 나올 무렵 날은 서서이 밝아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문득 오늘 할 일이 생각 났다. 대구를 가야했다. 요양원에 계시는, 상태가 좋지않은 노모를 뵈어야 했고, 동생들과 어머니 납골당 선정 등에 관해 의논할 일 등이 있었다. 나는 신마산 댓거리에 대구로 가는 버스가 있는 남부터미널이 있다는 얘기를 전날 친구로부터 들었기에 그곳을 찾아 갔다. 창구에 나이가 듬직한 매표원 아저씨가 졸면서 앉아 있었다. 대구 가는 첫차는 오전 8시였다. 처음에 그것으로 표를 끊었다가, 10시 것으로 바꿨다. 대구까지 가는 시간이 한 시간 남짓하다는 얘기를 그 매표원 아저씨로부터 들었었기에 그랬는데, 그렇게 빨리 대구에 도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표를 끊고 나서도 대구로 가는 10시까지 세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푸근해졌다. 대구까지 갈 그 시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고, 그러면 나는 고향의 푸근한 마산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댓거리에서 구마산까지를 걸어서 나갔다. 창동의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먹었다. 그리고는 마산에 올 적마다 잘 들리는 빠리바게트 2층에서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러고도 10시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남부사우나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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