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갑자기 허기를 느낄 때가 잦다. 길을 걸어가다 그런 기미가 들 때, 근방을 살핀다. 햄버거 집 같은 게 있으면 좋다. 굳이 햄버거 보다는 모짜렐라 치즈 스틱 몇개 먹으면 간단히 허기가 해결된다. 오늘 경동시장에 뭘 사러갔다가 일을 보고 제기역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허기가 갑자기 찾아왔다. 길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단히 요기를 해결할 곳이 어디 있을까. 없다. 지하철을 타고 3, 40분 갈 것인데, 그러기에는 허기로 곤란할 것 같았다. 어쩔까고 서성거리는데, 마침 길 옆에 호떡과 오뎅(어묵)을 파는 포장가게가 있었다. 호떡 먹으러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주로 늙수레한 분들, 모두들 검정 비닐 쪼마이를 들고있는게 시장에서 장을 보고가다 나처럼 배가 고팠던지, 아니면 호떡을 보고 갑자기 구미가 당겼던지 줄을 길게 서고 있었다. 그런데 오뎅은 한산했다. 한 꼬치 7백원, 세 꼬치에 2천원. 나는 삽시간에 세개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보니 호떡 줄이 많이 줄었다. 나는 호떡 줄에 끼어 섰다. 주인장은 하나에 천원하는 호떡을 일회용 종이컵에 끼워 주었다. 주인장은 나를 보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호떡 화구 뒤에 몇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공간이 있었고, 거기에 할머니들 몇이서 호떡을 먹고 있었다. 나는 시키는대로 거기에 들어가 끼어 앉았다. 호떡 하나를 먹어도 양에 차질 않아 하나를 더 시켰다. 맛 있었다. 거기에 할머니들과 앉아 맛있는 호떡을 먹으며 바라보는 시장 풍경이 참 정겨웠다. 마침 바로 앞에 고등학교 한참 위인 김건일 선배가 운영하던 ‘정우당‘ 한약방이 보이기에 한참 먹으면서도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김건일 선배는 몇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다. 협소한 공간에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려다 비좁은 걸 보며 망설이시기에 내가 벌떡 일어났고, 아주머니는 수줍은 표정으로 고맙다며 내가 비켜준 자리에 앉았다. 오뎅 세꼬치에 호떡 2개, 합이 2400원이었다. 배도 마츠맞게 부르고 좋았다. 나는 전철을 타고 편안한 기분으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검정 비닐 쪼마이 서너개를 들고…

0… 얼굴 멍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 그기에 모자까지 푹 눌러섰다. 내가 봐도 나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경동시장을 가려 지하철을 탔다. 화정역에서 덩치가 큰 사내가 배낭을 맨채 기세좋게 씩씩거리며 들어오더니 내 맞은 편에 앉는다. 그러고서는 어울리지 않게 앙증맞은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 거린다. 얼굴을 보니 낯이 익다. 맞다 고등학교 후배다. 눈이 마주치지 않길래 내가 나즈막하게 후배 이름을 불렀다. 후배는 나를 보더니 금새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돌렸다. 웬 모르는 늙은이가 아는 체를 하는가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내가 다시 한번 소리를 높혀 불렀다. “민수야!” 그랬더니 그때서야 알아챘다.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왔고, 우리는 서로 손을 맞잡았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탓에 몰라봤다며 “행님, 행님”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다. 후배는 귀가 잘 안 들린다. 그러니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큰 덩치에 화승포마냥 목소리까지 크니 주변 사람들이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후배는 좀 있더니 옆 차칸 쪽을 바라보며 손짓을 한다. 그 차에 또다른 후배가 있었던 것이다. 이 후배는 덩치가 더 크다. 나는 이 후배를 부를 적마다 ‘톤‘이라는 말을 쓴다. 몸무게를 kg 단위로 환산하지 않고 ton 단위로 나는 보고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내 앞에 산 같은 덩치의 사내 둘이 서서 크고 굵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아연 주변의 시선이 몰려 민망한 상태에 이르렀을 무렵, 마침 삼송역이다. 후배들이 내릴 역인데, 그들은 또 바람처럼 후딱 사라져버렸다.

저기는 봄날,
여기는…
(Leica X-Vario)
#경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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